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에 관련된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고 더 나아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보도자료까지 작성해 국내 언론사들에 퍼트림에 따라 엄청난 ‘오보’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무대는 세계전파통신회의(이하 WRC-12)다.
지난달 23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이하 WRC-12)에서는 방송 및 통신은 물론 우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주파수 할당 문제를 지역별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이 부족한 유선망을 대체 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파특성이 좋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사용이 시급하다며 해당 주파수의 이동통신용 분배를 긴급 제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즉 region-1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관련 주파수의 활용을 결정하던 중 예정에 없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한 결정을 내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활용하고 있던 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했고, 결국 관련 사안은 차기 회의가 열리는 2015년 <WRC-15>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는 공식 보고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 보고서를 두고 방통위가 ‘희한한 결론’을 내리며 상황이 묘하게 꼬여갔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WRC-12에서 “700MHz 대역이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면서 “그 효력은 WRC-15 직후 발효하는 것으로 결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최근 잘못된 정보 남발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前 의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앞에서 밝힌대로 <WRC-12>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지 않았다. 단지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긴급제안으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 결정을 2015년까지 유예하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 대목에서 해당 지역의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용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창의력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연합뉴스] [뉴시스] [경향일보] 등 좌우를 가리지 않는 일부 일간지들이 일제히 이같은 방통위의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기사로 내면서 대량 ‘오보’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친통신 언론사인 [전자신문]의 경우 사설까지 곁들여 가며 700MHz 대역 주파수가 전세계적인 통신용 주파수로 부각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디지털타임즈]의 경우 주파수 분야에서는 있지도 않는 허구의 ‘방송권력’운운하며 방통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소한의 분석작업도 없이 시대의 관찰자로서 진실규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기자가 정부부처의 자료만 믿는 아둔함으로 얼마나 무서운 짖을 저지르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방통위도 나열된 사실을 통해 하나의 주장을 도출함에 있어 믿을만한 정보를 언론사에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거짓 정보’를 흘려 많은 언론사들을 호도한 것은 책임있는 정부부처의 자세가 아니기에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