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9월 2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디지털 기술 패권 전쟁과 자국 플랫폼의 가치’를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8월 개최한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과 로컬 생태계’에 이은 2차 세미나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 확대와 플랫폼 주권을 다룬 논의를 이어갔다.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화웨이, 틱톡, 위챗 등 미국과 중국 거대 강국 간 플랫폼을 둘러싼 기술 패권 전쟁을 국제정치학적 시각으로 분석했다.
김상배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선도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해오는 등 첨단 산업 분야가 역사적으로 글로벌 패권 질서를 장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고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도 산업은 바로 기술 플랫폼 산업으로, 최근 기술기업 간 플랫폼 경쟁이 국가 간 기술패권전쟁으로 진화돼, 산업적 이슈가 국가보안, 무역, 디지털주권, 정책 및 법제, 국민정서(민족주의), 외교 동맹 영역까지 확장되고 복잡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첨예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속 중견국인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며, 유럽처럼 대표적 자국 플랫폼이 없는 곳과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전략은 완전히 달라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내수 시장의 한계로 인해 과거부터 무역 의존도가 높던 한국이 디지털경제에 있어서도, 중견국으로서 개방적, 열린 플랫폼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디지털 영토가 점차 디커플링, 블록화, 파편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국가, 국민이 어떠한 국내외적 디지털 전략, 정책을 추구해야 할지 다각적인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호 교수는 ‘자국 플랫폼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실증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증 분석 결과 “자국 검색엔진 플랫폼 시장의 성장이 자국 OTT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발견했다”며, “이는 플랫폼이 다른 산업에까지 미치는 도메인효과, 스필오버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자국플랫폼의 경우, 문화적, 상황적 적합성이 뛰어나, 자국 콘텐츠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자국 플랫폼의 존재 유무가 해당 국가의 기타 디지털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역차별 등 규제환경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고, 현재는 정부가 규제하기 쉬운 대상부터 먼저 규제하려는 경향을 보이나, 시급성과 중요도가 높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이지은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여러 국가가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자국 플랫폼 산업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한국도 국세청이 최근 구글코리아, 페이스북, 넷플릭스에 대해 법인세를 추징하는 등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디지털플랫폼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법령 및 지침 제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초안을 보면, 기존 약관규제법 및 공정거래법과 중복되는 부분도 다수 보이고 있어, 특별법 도입 및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전, 기존 규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해외사업자에 대해 집행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새로이 입법되는 법제에 대해 해외 플랫폼사업자에 집행관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의 사회을 맡은 국민대 경영학과 이태희 교수는 “국내에서 기술패권과 자국플랫폼 논의는 국가주의, 애국주의 논의가 아니라, 공정경쟁 환경 회복의 노력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