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역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을 삭감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예선 편성에 있어 올해 예산으로 방통위가 요청한 지역방송 지원 예산 82억 원을 40억 4천만 원으로 삭감한 바 있으며, 내년 예산 56억 3천만 원 요청에 대해서도 36억 원으로 삭감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방송협회는 8월 10일 ‘기재부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본래 목적에 맞게 기금을 편성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기재부의 방발기금 운용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방송협회는 “36억 원이면 산술적으로 50개의 지역방송사 1사당 평균 7천만 원 남짓의 지원이 이뤄지는 수준”이라며 “해당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을 담은 고품질 다큐멘터리 하나 제작하기 어려운 초라한 액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협회는 “‘지역방송 진흥 지원’이야 말로 그 어떤 사업보다 방발기금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고 지적하면서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지역방송에 기금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기재부가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 불합리한 방발기금 운용 방식을 재검토하고 지역방송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은 시민사회에서도 제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1일 논평을 통해 “지역방송사의 경영악화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지역 프로그램 제작 기반이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공적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삭감을 하겠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연대는 2019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 통계를 언급하며 2018년 기준 지역MBC와 지역민방을 포함하는 지역방송 26개사의 연간 프로그램 제작비 규모는 923억 원으로 MBC본사 약 3,318억 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방송의 핵심 가치인 지역성을 구현하기 위한 콘텐츠 재원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며 “이로 인해 지역의 시청자들은 매우 불평등한 방송 환경에 놓인 채로 시청권과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지역민과 시청자에 대한 정부의 차별이 홀대를 넘어 배제에 이르렀다는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며 기재부에 지역방송 지원 예산을 방통위 원안대로 돌려놓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