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한국방송협회는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로 인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며 제휴를 즉각 철회할 것과 정부 당국의 조속한 대처를 요구했다.
앞서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8월 3일부터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제휴와 함께 인터넷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 넷플릭스 프로모션도 진행했으며, IPTV, 무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송협회는 이러한 KT의 행보에 대해 8월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껏 국내 미디어산업계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온 KT가 맹렬한 기세의 해외 사업자에게 이토록 손쉽게 국내 시장 석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KT가 국내 사업자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절반 수준을 넷플릭스에 받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가적 노력으로 구축한 정보통신망을 헐값에 해외 OTT 사업자에게 넘긴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방송협회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손쉽게 알리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눈앞의 이익에 취해 예견된 환락에 눈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기 위해 안달이 난 동안 “넷플릭스가 급등시킨 출연료와 작가료 등 제작 요소 비용의 증가로 기존 미디어들은 제작을 하면 할수록 손실만 커지는 기현상 속에 갇혔다”는 것이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한 국내 영화 배급사와의 콘텐츠 공급 협상 중에 토종 OTT에 대한 콘텐츠 공급 금지를 요구했다는 한국일보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미 넷플릭스의 토종 OTT 죽이기 전략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 붕괴는 이미 아시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OTT인 Hooq이 올해 폐업 신고했으며, 말레이시아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iFlix도 적자난에 시달리다 중국 업체에 인수됐다.
방송협회는 “시청자 이탈과 더불어 넷플릭스와의 제작비 경쟁에서 밀려 콘텐츠 품질 하향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그 어떤 로컬 미디어도 글로벌을 단일시장으로 하는 넷플릭스에 대항할 시장 규모나 자본력을 가질 수 없기에 이는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협회는 지난 6월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5개나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국가의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글로벌 OTT와 손을 잡았다며 “정부의 현실인식과 대응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방송협회는 정부 당국에 △방송산업 재원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 △실효성 있는 토종 OTT 보호 및 육성 방안 △미디어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현실적·실효적 대응 방안을 즉각 마련해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KT에 대해서도 넷플릭스와의 제휴 철회와 함께 국내 사업자와 국외 사업자 간 역차별을 즉시 해소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