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방통위, ‘정치 병행성’, ‘자본·정치 후견주의’부터 극복해야” ...

“5기 방통위, ‘정치 병행성’, ‘자본·정치 후견주의’부터 극복해야”
언론정보학회·언론노조 ‘방통위 4기 평가와 5기 과제’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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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제 막 출범한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치 병행성’과 ‘자본 및 정치 후견주의’에서 탈피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8월 11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통신위원회 4기 평가와 5기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4기 방통위를 각각 정부 기관,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4기 방통위는 어느 관점에서도 그다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으며, 채 교수는 그 원인을 ‘정치 병행성’과 ‘자본 및 정치 후견주의’에서 찾았다. ‘정치 병행성’은 방통위가 제도적으로는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으나 작동 규범과 문화에서는 정치적 이해와 논리가 지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비판한 말이다.

특히, 학계와 시민사회의 평가에서 이러한 지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학계는 “방통위의 정치와 산업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과기부나 문체부 등에 분산돼 있는 정책 권한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음에도 적절한 정책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도 “4기 방통위가 실질적인 개혁 정책을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 기관의 평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기관 평가에서 방통위는 법 제도의 미비를 지적받았는데, 이는 정치 병행성을 극복하지 못한 한계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법 제도의 신설 또는 개선은 고도의 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규제 기관이 주도적으로 시민과 시장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함으로써 가능하다”며 이는 “방통위의 정치적 위상과 조직 역량 및 권한은 이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5기 방통위의 과제는 정치 병행성에서 탈피해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원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5기 방통위의 과제와 역할’이라는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여당과 야당, 또는 방송통신 자본의 후견주의 규제기구라는 학계의 냉정한 평가를 인식하고 정치적 위상을 보다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라며 “미디어 시장 내 공적 책임과 균형 발전에 대한 조정 기능은 정치적 국면과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독립적인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가 제안됐다. 김 전문위원은 “미디어 시장 전체를 전망하고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의 생태계 구조를 총괄하는 미디어 통합 부서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미 시민사회에서 시작한 사회적 논의기구의 조속한 설치에 5기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홍 언론노조 CBS지부장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지부장은 이미 지난 7월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대통령 직속 미디어개혁기구 출범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강력하다면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작동한다면 미디어개혁기구가 진정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성중 충남대 교수 역시 “방통위의 현재까지의 모습은 과면 방통위가 실질적 의미에서 ‘독립된’ 규제기관인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방통위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통위가 가지는 전문성 및 권위의 부족, 정치 후견주의의 지속 등 문제점의 근본적 원인으로 현재 상임위원회의 구성과 위원 선출 방식을 꼽았다.

또한, 김 교수는 방통위가 다른 여타 정부 부처와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방통위가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고 정부가 중점을 두는 정책 사안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이 또한 독립성을 해치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에서는 5기 방통위의 과제로 △민영방송 정상화 △지역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 △라디오 방송 지원 특별법 제정 △포용적 성장을 위한 방송광고산업 진흥 정책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