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를 휩쓴 검은 ‘부당거래’

[사설] 방송계를 휩쓴 검은 ‘부당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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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행위,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의 2010년 영화 ‘부당거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기득권의 횡포와 그에 따른 음모, 그리고 폐단을 다소 과장되지만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소위 ‘힘을 가진 자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병들고 무너지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방송가에서 때 아닌 부당거래 돌풍이 불고있다. 심지어 종류도 다양해서 내부거래와 불공정거래까지 그 범위도 광범위하다. 무슨 일일까.

방통위-종편의 부당거래
개국을 앞둔 종편의 채널할당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종편은 공식공문까지 만들어 MSO들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더니 이제는 20번대 이하의 황금채널을 요구하며 심지어 전국의 모든 MSO들에게 같은 번호를 할당하게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이에 기존 군소 PP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종편특혜의 최일선에서 뛰는 방통위는 귀를 닫아버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4일 방통위 간부들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MSO 임원들을 만난 것.
양 측은 회합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종편 채널배정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방통위 간부가 MSO 임원들을 만난 것은 소위 말하는 ‘내부 압력’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그 회합을 기점으로 PP들의 경우 길면 1년 정도를 끌게되는 채널배정 협상이 종편의 경우 급물살을 타 20번대 이하의 번호로 정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같은달 19일 방통위가 ‘유선방송국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 일부 개정’이라는 기술개정 고시안을 통해 88㎒~108㎒ 대역을 ‘음악방송대역 또는 종합유선방송대역’으로 복수 지정한 것은 PP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통위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이라면 당근과 채찍으로 방통위가 현안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부당거래다.

SBS-미디어홀딩스의 부당거래
미디어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BS의 경우 조금 더 노골적이다. 지금 현재 SBS의 모회사이자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태광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강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조사1국과 조사4국 직원들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를 찾아가 회계 및 재무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2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 SBS미디어홀딩스를 겨냥한 세무조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태광건설-SBS-홀딩스의 소유구조에서 내부거래로 인한 탈세혐의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덕분에 미디어렙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SBS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격이 되었다.

부당거래는 그 사회의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뉴미디어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로에 선 방송계는 더 이상 혼탁한 일에 매몰되지 않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 소개한 것 외에도 주파수 경매 당시 KT가 갑작스럽게 입찰을 포기한 것, 그리고 700MHz주파수를 둘러싼 논쟁과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의혹들도 많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의혹만을 제기하는 뜬구름 잡기임을 소망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가혹한 논리로 움직이는 법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올바른 중심잡기를 다시 한번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