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그리고 통신사의 이중성
행정안전부의 700MHz 찌르기
이번 달 20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재난안전통신망기술검증 공개 토론회를 열고 재난안전통신망에 사용될 통신기술로 "기술검증과 사업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와이브로(Wibro)와 테트라(Tetra)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문구가 삽입되어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행안부가 와이브로망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700㎒ 대역을 이용하는 자가망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700MHz 주파수. 모두가 생각하는 바로 그 주파수다.
방통위와 통신진영의 극한 ‘반발’
이에 방통위는 즉각 "재난망을 기존 테트라가 사용중인 800㎒ 또는 상용망을 중심으로 진행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실무회의에서도 700MHz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즉, 행안부의 이 같은 주장은 재고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인데, 사실 이면을 살펴보면 방통위의 주장은 틀린 것이 없다. 행안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사실상의 ‘테트라’ 밀어주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경비는 물론 700MHz 주파수를 활용하려는 의도 자체가 관점을 벗어나 있다. 심지어 “700㎒ 대역에서 와이브로 자가망을 구축해 민간에서 운용하게 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행안부의 방침은 전기통신사업법 65조를 위반할 소지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통신진영의 거의 경기에 가까운 반응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친(親) 통신 언론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거의 하루 간격으로 행안부의 이 같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황금 주파수 누더기 될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행안부의 이번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이 비판하는 근거가, 공공재?
통신진영은 이번 행안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아직 용도가 불확실한 700MHz 주파수는 국제표준을 감안하고 데이터 트래픽을 감안할 때 당연히 통신진영에 할당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 까지는 별반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행안부 주장을 반대하는 근거에 ‘공공재’라는 말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했던 기사, 즉 사설 <황금 주파수 누더기 될라>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700MHz 주파수는)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곳에 사용돼야 하고, 공공재라는 성격을 감안할 때 시장논리로만 해결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여기서 정식으로 묻고싶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가입자를 마구잡이로 유치한 뒤, 해당 주파수가 고갈되자 말 그대로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뉴미디어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700MHz 주파수까지 손을 뻗치는 그들이 과연 국민의 ‘공공재’를 논할 자격이나 있는가.
만약 진정으로 주파수를 국민의 공공재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애시당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인한 트래픽 증가에 책임을 지고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내놓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후속조치는 모두 빼놓고 이제와 행안부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나자 주파수가 국민의 ‘공공재’라고 언급하는 것은 지독한 어불성설이 아닌가.
다시 주장한다. 700MHz 주파수는 국민의 공공재라고아마 통신진영에서는 행안부의 이번 주장을 통해 주파수 할당 논의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이건 치킨런 게임을 주도하며 지독한 돈 잔치를 벌였던 통신사들의 원죄와도 같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공공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파수를 돈의 논리로 재단하는 것이 아닌,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쪽이 더욱 ‘공익’의 개념에 앞서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번 행안부의 주장으로 인해 통신진영의 이기적인 이중성을 확인한 것은 뜻하지 않은 우연이리라.
이제 지상파 방송사들도 효과적인 700MHz 주파수 대응 정책에 있어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