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괴물이 되려고 하는가

[사설] 종편, 괴물이 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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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포식자, 황소개구리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 식용을 목적으로 수입한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기에 이르자 학교는 물론 지자체, 정부까지 나서 포획을 독려하고 황소개구리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안감힘을 썼었다. 그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논이고 밭이고 뛰어나가 황소개구리 잡기에 열을 올렸고 그 커다란 개구리의 뒷다리를 잡아 올려 학교에 가져가면 선생님의 칭찬과 함께 교과점수에도 반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천적이 별로 없는, 그야말로 생태계의 무지막지한 포식자. 황소개구리.

이들은 한 때 소소히 이어져오던 우리의 생태계를 절멸 직전에까지 밀어붙였던, 한 마디로 ‘있어서는 안 되는’공포의 괴물이었다.

그리고 허락되지 않는 존재의 난입으로 인해 단숨에 멸망의 기로에 선 생태계가 여기 또 있다.

 

미디어 생태계, 멸절의 위기다

종합편성채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미디어 생태계는 순식간에 멸절의 기로에 섰다. 날치기 통과에 대리투표 의혹까지 받았던 미디어법이 전격적으로 통과되고 몇 년 후에 전광석화처럼 개국을 하게 된 종편은 국회에서 표류중인 미디어렙 법안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틈을 타 아주 제대로 미디어 생태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피해자는 역시 지역 및 종교방송이다. 고유한 색과 방송철학을 가지고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이들 지역 및 종교방송들은 갑자기 난입한 종편으로 인해 갑자기 존폐의 기로에 서버린 것이다.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마저 불투명해진 지금 당장 수익의 급감이 뻔한 이들 방송사들은 종편의 무자비함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피해자는 지상파 방송사 및 일반 기업이다.

종편이 등장하며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광고시장까지 ‘무한경쟁체제’로 만들어 버리면 지금까지 ‘강호의 의리’를 지키려 노력하던 지상파 방송사도 어쩔 수 없이 경쟁모드가 될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SBS미디어홀딩스와 MBC의 자사 미디어렙 설립 시도로 벌써부터 수면위로 떠올랐다. 아마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것이며 이렇게 상황이 변해간다면 당연히 광고주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이 폐혜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 기업들도 피해는 마찬가지다. 지난 5일 열린 동아일보의 채널A 프로그램 설명회 이후 지상파의 30~40% 정도의 광고료를 요구받은 기업의 광고 담당자들은 눈앞이 캄캄한 지경이다. 당분간은 낮은 시청률을 보일 종편에 그 정도의 돈을 광고비로 쓰자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그러나 광고에 민감한 신문사업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 같은 종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따지고 보면 종편이 미디어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미디어렙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종편의 개국을 막을 수 없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우선 미디어렙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본지에서도 소개했지만 현재 미디어렙 법안을 둘러싸고 법안 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종편특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은 입장을 번복하며 헛발질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이슈화 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며 그 다음 종편의 폐혜와 미디어 생태계 교란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파악하여 그들을 올바른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편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종편, 괴물이 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