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방송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전국 디지털 전환’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전국민 디지털 방송’이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매김 하는 원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여 남은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을 두고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시범사업 도중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예정된 시간에 디지털 전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등장하기 이르렀다.
이에 2월 2일 한국방송협회 회의실에서 손계성 방송협회의 정책실장의 사회로 양창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이하 연합회장)과 송재우 DTV코리아 사무총장(이하 사무총장)이 대담한 디지털 전환 간담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 자리에서 송재우 사무총장은 “디지털 전환은 국가가 강제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사업이며 그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며 “첫 번째, 시청자의 측면에서 보면 고화질, 양방향의 부가 서비스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시청자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두 번째로 방송 산업의 발전을 들 수 있는데, 현재 이 두 가지 목표가 상실되어 일반 시청자들은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모르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이에 양창근 연합회장도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 약 15조 원을 투입했으나 우리나라는 국회 예산 의결액이 1,000억 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며 동시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사 분할할당을 염두에 두고 “일본은 주파수 재배치를 위해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진행했지만 방통위는 처음부터 유예 기간을 두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난시청이 발생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이후의 난시청을 해소 한 후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은 뒷전인체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방통위의 편협한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해 성토한 참석자들은 이어 ‘주파수 정책’에 관련된 문제제기에 더욱 집중했다.
양창근 연합회장은 이에 대해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에 욕심만 내고 있고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홍보는 매우 미흡하다” 며 “과연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매우 걱정이다”며 해당 주파수의 통신사 분할할당 정책을 추진중인 방통위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담회에는 최근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현재 대한민국 디지털 전환 사업 추진 현황을 짚어갔으며 특히 제주도 시범사업 당시 물적 및 인적 지원 미비로 벌어진 대규모 ‘시청자 불만사태’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또 디지털 전환에 있어 홍보의 중요성을 두고 두 대담자 모두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으며 지상파가 수신환경개선을 통한 직접수신률 제고를 위해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 디지털 전환 사업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전환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도 충분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주파수 정책의 현실화와 정부와 지상파, 유관단체, 가전제품사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대전제를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대담자는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 사업에 앞장서 선도하기는 커녕 ‘방해물’이 되고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주무부처의 올바른 정책결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끝으로 대담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