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의 희생물이 된 700MHz 주파수

[사설]여론전의 희생물이 된 700MHz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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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를 맞이해 교수들이 꼽은 희망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는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불가의 가르침에서 유래된 격언이다. 그런데 최소한 700MHz 대역 주파수 현안에 대해서는 파사현정이 전하는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친통신 언론사들의 ‘교묘한 여론전’이 극성을 부리는 지금, 파사현정(破邪顯正) 보다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여론전의 실태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는 DTV 전환 이후 회수할 수 있는 ‘필수 주파수’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누차 강조하지만 난시청 지역 해소 및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온전히 활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를 둘러싼 ‘여론전’이 격화되며 일부 언론사의 경우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채 그저 ‘아님 말고’식의 기사남발이 만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디지털타임즈> 12월 30일자 1면에 실린 ‘방송권력에 휘둘린 주파수 정책’이라는 기사는 그 정점을 찍는다 하겠다. 이 기사에 따르면 ‘12월 29일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중 40MHz를 통신에 우선 할당하는 것으로 확정했으며 이는 700MHz 전체가 통신에 할당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른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방송사는 약 10조 원의 가치를 가지는 주파수를 공짜로 쓰면서 추가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호도를 아주 구체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이는 잘못된 ‘팩트 전달’이다. 우선 방통위 업무보고 당시 주파수 관련 현안이 거론된 적 자체가 없었으며 따라서 40MHz 우선 할당 등의 주장은 공신력을 잃게 된다. 또한 700MHz 대역 주파수가 세계적으로 통신에 할당된다는 근거는 사상초유의 거짓말이며 다른 나라의 경우 700MHz 대역 전체를 통신에 할당한 사실자체가 없다는 것을 상기해볼때, 이는 아주 질 낮은 ‘루머’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디지털타임즈>는 이런 오보 투성이의 기사를 1면에 내걸고 관련 주장을 끈질기게 해나가는 것일까. 간단하다. ‘명문화를 통한 여론전’을 시도하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이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 시 되어야 한다.
정부는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 선정 당시 미국식을 택함으로써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지금 와서 700MHz 대역 전체가 통신에 할당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통신 기술의 갈라파고스를 운운하는 방통위와 통신진영의 주장은 허탈할 정도다. 해당 주파수를 둘러싼 현안들은 여전히 안개속이며, 시계제로의 상태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지상파 진영이 나서야 할 때다. 통신진영의 여론전에 대비해 올바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논리적으로 반격을 해야 할 때 인것이다. 지금 통신진영과 방통위는 호도된 진실을 내세우는 것으로 모자라 업무보고 당시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주파수 현안을 들먹이며 잘못된 주장을 진실로 둔갑시켜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연합뉴스>, <뉴시스> 등 많은 언론사들도 29일 방통위의 업무보고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 8시에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중 40MHz 통신 우선할당’이라는 예측기사를 마구 뿌리는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잘못된 여론’이 진실을 묻어버린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주장과 합리적인 대안이 우선하는 주파수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2012년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해다. 아무쪼록, 공공의 이익이 기업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이 상식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