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상왕’

흔들리는 ‘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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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에서 실세중의 실세로 불리며 방송 및 통신 시장을 좌지우지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흔들리고 있다.

물론 현 방통위 2기 체제를 이끄면서 최 위원장은 몇 번의 고비를 맞이하긴 했었다. 그러나 미디어 악법은 물론 국정감사에서 부하 직원의 비위사실이 적발되거나 종합편성채널에 온갖 특혜를 몰아주는 행위를 일삼아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아도 최 위원장은 지금까지 ‘실세’로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일보>가 보도한 최 위원장의 양아들 정용욱 씨의 비리사건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면서 사태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특히 정용욱씨를 통해 최 위원장이 EBS 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해외로 도피성 외유를 떠난 것으로 추측되는 양아들 정용욱 씨가 이번달 25일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기로 결정되면서 최 위원장은 물론 방통위 안팍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최 위원장이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비록 정용욱씨가 방송통신 업계의 황태자로 군림하며 케이블 및 통신 사업자에게 금품을 챙기고 특정 연예인의 출연까지 결정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긴 했지만 관련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최 위원장의 ‘사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달 12일 대법원이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명목으로 기소된 정연주 KBS 전 사장에게 무죄를 확정하자 분위기는 다시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연주 전 사장은 그동안 자신이 참여정부 시절 인사인데다 방송장악을 정권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현 정부의 압력에 사장직에서 쫒겨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에서 이같은 정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최 위원장이 그동안 “정연주 전 사장이 무죄판결이 날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결국 무죄판결이 나버렸으니 자연스럽게 최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최 위원장은 특별한 반응이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25일 정용욱 씨의 귀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자는 것이 최 위원장의 생각일 것”이라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치권에서도 관련 사실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기에 의외의 깜짝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