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2위 사업자로 올라선 ‘LG유플러스’…시장재편 가속화
LG유플러스 “향후 5년 동안 콘텐츠 및 기술에 2조 6000억 투자할 것”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동통신사 중 점유율 꼴지였던 LG유플러스가 단숨에 유료방송 2위, 알뜰폰 1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방송‧통신 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해 신청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 및 변경 승인을 했다고 12월 13일 밝혔다. LG유플러스와 CJ ENM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이다.
이번 승인으로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과기정통부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12.44%)와 CJ헬로(12.28%)의 점유율을 합하면 24.72%가 된다. 이는 현재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SK브로드밴드(14.70%)와 티브로드(9.33%)의 합산 점유율 24.03%를 근소하게 앞선 수치다.
과기정통부는 “△OTT의 부상 등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자발적 시장 재편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및 시청자 권익 보호 측면 등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이 승인을 불허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최다액출자자 변경은 승인하되 지역성 강화, 공정 경쟁, 시청자 권익 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 협력 등의 승인 조건을 부과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성 강화를 위해 CJ헬로는 8VSB(아날로그방송 가입자 대상 디지털방송 전송 서비스) 기본 상품을 지역채널에 포함하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VOD로 제공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정 경쟁을 위해 CJ헬로 가입자를 부당하게 LG유플러스로 전환시키는 행위를 금지했고, PP와의 대가 및 채널 번호 협상 시 CJ헬로와 LG유플러스 각각 별도 협상 진행, 매년 PP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수수료 규모 및 증가율 공개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시청자 권익 보호와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해선 방송 구역 간 8VSB 상품 격차를 축소하고 요금 감면 및 할인제 유지 등을 이행토록 했다.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LG유플러스는 콘텐츠 분야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출‧이행해야 하고, CJ헬로는 다른 SO와의 공동‧협업 사업을 유지‧발전하는 방안을 수립 및 이행해야 한다. 또 협력업체와의 기존 계약을 일정기간 유지토록 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아 이행토록 했다.
이에 대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2월 16일 “당초 계획대로 콘텐츠 제작과 수급,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이들나라’와 같은 IPTV 핵심 서비스는 물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케이블에 적용해 CJ헬로 고객들도 차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었던 알뜰폰 사업 인수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분리매각 등 구조적 조건이 붙지 않았다는 면에서 LG유플러스가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부과한 조건 대부분도 LG유플러스가 제출한 방안과 비슷하다는 평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재정‧기술적 능력과 사업 운용 능력의 적정성 △정보통신자원 관리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경쟁 저해 등의 정도가 인가를 불허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려워 주식취득은 인가하되, 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인가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조건은 △5세대(5G)‧4G(LTE) 이동통신 요금제 모두 도매 제공 △데이터 선구매 할인 제공 △다회선 할인 및 결합상품 동등제공 △CJ헬로 알뜰폰 가입자, LG유플러스로 전환 강요 및 유인 금지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농어촌 등 음영지역 광대역 광가입자망(BcN) 구축 등이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출시하는 주요 5세대(5G)‧4G(LTE) 이동통신 요금제를 알뜰폰 업계에 모두 도매 제공해야 한다. 5G 요금제의 경우 66%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의 월 55,000원짜리 5G 요금제를 알뜰폰에서는 36,300원에 제공할 수 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번 인수로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여건이 악화되고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견제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리 매각을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이익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LG유플러스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해하겠다”며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통신 사업 역사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