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사찰법’ 논란을 불러일으킨 방송법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805736, 허원제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언론노조를 비롯한 방송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워원장 전재희)가 해당 법안을 번안(이미 통과된 법안을 수정함) 의결했다.
지난 21일 국회 문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위에게 방송사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방송법일부개정법률안 제85조의2 4항을 삭제하기로 의결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중략)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방송사업자 등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장 등에 출입하여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며 방통위에 필요이상의 포괄적인 출입조사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 위원장을 만나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했고, 우윤근 위원장은 “조사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한 것은 위임 입법의 소지와 함께 언론사의 자유를 과잉해서 침해할 수 있다”며 해당 법안의 위헌성에 공감했다. (추가) 또한, KBS노조도 “방송사찰 결사 저지”를 위해 본사 민주광장에서 조합원 3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국회 문방위에서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의 폐기를 주장했다. 당일 최재훈 KBS 노조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악법을 투쟁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4.14(목) 법안을 발의한 문방위 허원제 의원을 직접 만나 항의했으며, 4.20(수) 방통위 앞에서 방통위 해체하라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 방송단체까지 합세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폐지를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방송협회(회장 김인규)도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에 “방송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식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인들이 해당 법안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국회 문방위는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지난 15일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법안을 발의한 허원제 의원이 직접 나서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입법취지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니 해당조항을 삭제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전재희 위원장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해당 법률안을 다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을 수정할 것임을 피력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방송인들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여당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009년 12월 이후 1년 넘게 법안을 심사했으면서도 언론사찰은 물론 위헌소지까지 있는 내용조차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