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받는 NHK…우리 재난보도는 몇 점?

칭찬 받는 NHK…우리 재난보도는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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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해일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도하고 있는 일본 공영방송 NHK와 비교해 국내의 재난방송은 피해자 또는 유가족의 오열장면을 집중 보도하는 등 선정성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성우 단국대 교수(법학)는 7일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한 ‘재난관련방송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NHK는 지진해일 피해지역 주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주로 방영하는 등 국민단합과 재건의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 반면, 천안함·연평도 포격사건 등 국내 재난상황을 방송했던 우리 방송사들의 경우에는 피해자들의 무질서한 모습, 오열, 당황하는 모습 등을 반복해 보도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들의 재난방송들은 전몰 군인의 시신 일부를 노출(천안함 사건)하거나 피해자들의 상처와 혈흔을 그대로 방영(삼풍백화점 사고)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피해자 개인의 신상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보도하는 등 선정성·상업성이 지나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 교수는 "국내 방송사들의 경우 생명과 재산을 잃고 오열하는 피해자들을 근접촬영하고 무리하게 인터뷰를 하는 등 인권을 무시하는 보도행태를 보였다"며 "재난의 사회·구조적 측면보다는 개인의 희생과 죽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 NHK의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보도 화면. NHK는 사고직후 전문가를 동원한 분석과 피해주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내보내는 차분한 재난보도로 주변국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 교수는 "방송사의 선정주의적 보도, 한건주의식 보도, 황색저널리즘은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확대 해석하고, 오인하고,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 결과 언론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난보도의 가이드라인 재정립을 제안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 자율성을 인정하되 재난방송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요건으로 △사회적 통합 가능성 제고 △객관성과 정확성 준수 △피해자에 대한 배려 △사생활의 존중 △제반 법규의 준수 등 5가지를 들었다.

지 교수는 "절망적 상황보다 재난 극복을 위한 기관 및 개인의 노력을 조명해야 한다"며 "피해관련 통계나 명단 등은 되도록 구조기관의 공식발표를 인용해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하고 오보로 판명이 났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 교수는 또 "피해자가 고통을 당하는 장면이나 충격적인 장면, 장례절차, 시신수습을 방송해 피해자나 유가족이 이중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면서 "피해자 인터뷰도 상당한 공익성이 있거나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방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전현숙 서울YWCA 사무총장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보도한 국내 방송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재난 쇼’로 불릴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들을 계속해서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을 줬다"고 국내 재난방송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사례에서 보듯 사람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난정보를 얻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심층적인 보도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현장에서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KBS 보도국 이선재 취재주간은 "피해자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보도해 시청자들에게 사회통합보다 절망을 더 많이 느끼게 한 측면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며 "거의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만 현장 기자나 제작진에게 숙지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취재주간은 그러나 "취재현장에서는 항상 재난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며 "사회통합적이고 차분한 보도 이면에는 반대로 숨겨지고 알려지지 않는 진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대로 보도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MBC 보도국 김상철 부국장도 "현장에서는 급박한 상황과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며 "정부가 재난방송 기금을 조성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를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