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8월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과정에서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승소함에 따라 소송비용은 패소한 방통위가 모두 부담하게 됐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의도적으로 임의 변경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 이용을 부당하게 제안했다며 과징금 3억 96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2017년 8월부터 사실조사를 실시한 결과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으나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국내 사업자와의 구체적 협의나 고지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의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고, 2017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접속경로 변경 후 불만 접수가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일평균 0.8건에서 9.6건으로 12배, LG유플러스는 일평균 0.2건에서 34.4건으로 172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통신사업자가 국내통신사업자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6월 28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1년여 동안 여섯 차례의 공판을 진행했다. 페이스북 측은 콘텐츠사업자에게는 인터넷 속도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근거로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방통위는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것 자체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소송 막바지까지 의견이 엇갈렸지만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번에 승소했다면 글로벌콘텐츠사업자와 국내통신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국내 사업자에 유리한 카드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방통위가 패소함에 따라 당분간은 규제권한을 행사하는데 곤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페이스북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뜻을 드러냈으며, 방통위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