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은 물론 방송과 관련된 정책 모두를 총괄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정부조직이다. 하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인 위원장의 역할의 중요성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런 고로 최근 최시중 현 방통위 위원장을 2기 방통위에도 연임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의중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지난 3년간 최시중 위원장이 이끈 방통위는 그야말로 ‘방송장악위원회’에 불과했다. 그가 방통위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한 일이라고는 법적인 효력마저 불확실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 것 밖에 없다. 그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방송매체를 장악해서 정권을 보위하는 역할로 변질시키는데 일조한 앞잡이에 불과하다. 방송의 중립성과 공영성이라는 만고불편의 가치를 짧은 시간 내에 짓밟아버린 방송 종사자들의 공공의 적이다. 이런 인사가 다시 방통위의 수장으로써 역할을 이어간다면, 방송환경의 파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방송 종사자들의 자긍심은 바닥에 꼬꾸라질 것이다.
또한, 최시중 위원장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을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시킨 인물이다.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로써 비록 소수의견이더라도 방송통신에 관한 사려깊은 정책을 마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최시중의 정치적 편향성과 일방적 독주는 방송은 물론 통신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에는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에 그다지 힘을 주지 못한 야당의 책임도 크다. 최시중의 독선과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임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언제고 거리낌 없이 정책에 반영하는 최시중의 만행은 원죄로 치부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시중이 연임되어서는 안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가 방송전문가, 통신전문가’도 아니라는 데에 있다. 최시중은 과거 신문기자로 일했던 이력이 있을 뿐, 방송 및 통신분야에서는 일한 적도 없다. 이력이 그러할진데, 그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었다. 만약 그가 방송과 통신에 대해 전문적인 분야가 있다면 오직 ‘정권의 안위를 위해 어떻게 방송과 통신을 구워삶아야 하는가’ 정도뿐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방통위의 살림을 다시 맡기려 한다니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방송매체를 그저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 위해 노골적인 야욕을 보여왔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가장 먼저 장악한 곳이 방송통신위원회였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의 친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서 정권의 핵심과 긴밀한 교감을 하는 최시중을 위원장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결국 정권의 분신과 다름없는 최시중의 행보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친 정권적이고 독선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 1기는 지난 활동기간 동안 방송과 통신분야에 이렇다할 발전적인 발자취를 남기지 못하고, 정치적인 논란만 잔뜩 남긴채 3월 말에 그 임기를 다한다. 과거는 수정할 수 없겠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기에 방통위의 꼭대기에 다시 최시중 위원장이 앉는 것을 기필코 반대하는 바이다. 이에 덧붙여 2기 방통위 위원장의 자리에 앉을 인물은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을 사수할 수 있는 소신을 갖춘 사람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