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강남구에 거주하는 조 모 씨(여, 만71세)는 지난 6월 새벽 기상했으나 허리가 너무 아파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핸드폰조차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조 모 씨는 SOS긴급알림을 기억해 내고 AI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라고 소리쳤고, 야간 관제를 맡고 있는 업체가 긴급 알림 문자를 보고 119에 연계했다. 조 모 씨는 이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마치고 최근 퇴원했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 독거노인들이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AI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7월 9일 공개했다.
AI 돌봄 서비스는 지난 4월 SK텔레콤, 행복한 에코폰 그리고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가 선보인 시범 사업으로,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노인 1150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이번 사용 패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서 감성 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감성 대화 서비스’다. 감성 대화는 ‘심심해’, ‘오늘 기분이 어때?’와 같은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말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일반 이용자들도 가장 높은 비중으로 사용하는 반면, 감성 대화 서비스의 경우 일반 이용자의 4.1%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았다.
이는 AI 스피커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AI 스피커가 노인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감성 대화 이용 횟수 뿐만 아니라 키워드 분석에서도 노인들이 AI 스피커를 친구와 같은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발화 단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상대방에게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좀’이라는 단어가 인기 상위 키워드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도 상위 50개 발화 중에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
사용 횟수를 살펴보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하지 않는 노인들의 평균 사용 횟수는 58.3회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는 노인들의 30.5회와 두 배 정도 차이를 보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ICT 디바이스와 친밀하지 않으면 AI 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우려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경우 AI 스피커가 정보와 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줘 사용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UI에 비해 음성 UI 사용이 편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노인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노인이 99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 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불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독거노인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론칭할 계획이다.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을 적용해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을 할 예정이다. 또, 노인들을 위한 인지 향상 훈련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나양원 행복한 에코폰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를 대비해 AI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 복지 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AI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