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재송신 대상채널 확대에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

[기고] 의무재송신 대상채널 확대에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

718

김혁 (방송협회 방통융합특위 정책실장)

들러리나 서다 다 빼앗기고 말진 않겠다.

방통위가 만든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에서 뛰쳐나온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심정이다.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케이블 재송신 문제는 현재 닥친 위기에 돌파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쏟아지는 매체들은 한정된 시청시간을 통해 한정된 광고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기 어린 종편보도채널 사업자들까지 더해진 지금은 이구동성으로 2011년 대한민국에는 미디어 위기상황이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지상파방송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은 그나마 콘텐츠 거래에 있다. 다른 플랫폼으로부터 재송신 대가를 얻어내지 못하면 콘텐츠 재생산 자체가 보장되지 못한다. 그래서 2007년 경부터 디지털 케이블에 대한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합법화하기 위한 양자간 협상이 시작되었고 워낙 양 측의 입장이 달라 2008, 2009년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논리 싸움만 전개되자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0년 9 8,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현재 케이블SO의 지상파 재송신이 법에 정한 지상파방송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판단과 함께 양자의 협상을 촉구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 2009 12 31일 내려진 재송신금지 가처분 재판부의 판단을 재확인해 준 것이다. 이 정도면 법적 판단에서는 불명확성이 해소된 것이다. 더이상 자기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시비비를 구분하고 그 위에서 협상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의 대응은 기대와 달랐다. 재판부 판단에 기초한 당사자간 협상을 거부하고 무력시위에 나섰다. 지상파 요구에 따라 법원이 명령을 내린 부분은 디지털 케이블 신규가입자에 한정된 지상파 재송신 중단이었다. 그것도 당장 하라며 강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케이블 측은 신규가입자에 대한 기술적 구분이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해도 어차피 위법이라고 한 것이니 전면 재송신 중단에 나서겠다 그러면 시청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재판부와 지상파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로 했더라면 오히려 문제가 빨리 바로잡혔을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 해지를 우려한 케이블SO측은 꼼수를 부려 재송신 신호 중 광고만 삭제하겠다고 나섰고 이런 저런 분쟁의 소음은 시청자의 불안을 야기한다 하여 국회를 통해 방통위에게 해결방안을 요구하게 했다.

 

 

 

지금 와서 보면 방통위는 이런 당시 상황이 반가웠을 것도 같다. 이미 뉴미디어 플랫폼 폭증 시대를 맞아 지상파 재송신 제도를 손보고자 관련 용역을 두어 차례 맡기고 있었는데 국회에서 방통위더러 빨리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양측 냉각기간을 둔 뒤 방통위는 기다렸다는 듯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을 구성해 활동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8명의 전담반 중 6명이 방통위 공무원이고 각 진영 전문가 1인씩 추가되었으니 전담반 활동의 객관성과 중립성은 처음부터 우려되었다. 논의는 일사불란했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 확대 카드였다. 현행법이 KBS 1 EBS로 정한 것을 KBS 2, MBC, SBS까지 확대하면 재송신 문제 자체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행정편의적 해결책이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제도개선 논의 자체가 불만이었다. 그래서 당사자간 협상으로 이 문제를 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방통위 중재로 양자간 협상 기회도 마련되었다. 하지만 제도개선으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케이블SO 측이 협상에 기대할 것은 없었다. 다시 수년 전 소송 전 태도로 돌아가 난시청 해소를 해준 수신 보조행위일 뿐이라 대가를 위한 논의는 할 수 없다고 했다. 협상은 여럿이 한번에 또 따로 따로 시도되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그 사이 협상의 전제조건이라는 요구에 형사고소를 취하해줬고 또 진행 중이던 재판들은 모두 협상과 제도개선 결과를 주목하며 늦춰지고 있으니 케이블은 충분히 효과를 거둔 셈이고 지상파는 더 이상 이렇게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1 5일 지상파 측은 협상 결렬과 제도개선 전담반 불참을 공언하게 되었다.

 

 

 

물론 지상파 측이 빠져도 제도개선 논의는 진행될 것이다. (원래 그럴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의무재송신 대상채널 확대로 케이블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다음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특정사업자를 위한 원칙 훼손이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