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에서 감성으로

[칼럼] 논리에서 감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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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재성 싱타 대표] 그야말로 콘텐츠의 홍수인 시대다. 게임의 경우 과거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명작이라 불릴 수 있는 소위 ‘갓게임’이 1년에 한두 개 정도 나올까 말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모바일에 국한하면 몇 년에 하나 정도가 대중의 입에 회자될 정도로 좋은 게임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오픈 마켓의 순위권에 나열된 게임 중 대부분은 그 시절에 나왔으면 당당히 명작이라 불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히 자본화되고 산업화된 현 콘텐츠 마켓에서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보편적 대중의 눈에 띄기는 힘들고, 대부분은 “게임은 재미있는데… 왜 안 뜰까?”라는 주변의 아쉬움 섞인 격려를 들으며 사라져 간다. 당연히 요즘 분위기에 휩쓸려 만만치 않은 자본을 투입한 해당 게임 회사는 파산 직전에 몰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다른 조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은 대중을 향한 명작이 만들어지고, 아쉬움 섞인 결과를 되풀이할 확률이 높다.

게임은 그동안 정해진 공식과 시스템 안에서 기술이 감성에 비해 좀 더 우위에 있었다. 뛰어난 개발력과 기획에 적용되는 공식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는 마켓이었다. 대부분 제작팀의 중심은 프로그래머 출신의 디렉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20여 년간 게임 마켓에서 크고 작은 성공신화를 만들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의 실패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과거 명작이라 불리던 게임의 기본 공식은 누구라도 툴과 참고자료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그 ‘누구라도’는 과거 게임을 통해 성공을 했다는 히스토리만 없을 뿐이다. 집요함과 근성만 있으면 과거 명작 수준의 게임은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시절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대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마케팅 여력이 없으면 비슷한 게임 중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그저 그런 게임이 되고 만다.

결국, 승부의 키는 시스템이 아닌 다른 감성에 달려 있다. 아무리 기술적 용어와 시장을 분석하는 지표를 가지고 콘텐츠를 분석하더라도 그것은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감성, 즉 각자가 원하는 방향의 다양한 판타지를 찾아내야 하고, 해당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승부할 수 있다. 마켓이 대형화됐기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 부분은 유저들의 규모가 한 덩어리로 늘어났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즉, 마켓이 대형화됐기 때문에 많은 게임이 나와도 늘어난 규모를 나눠서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통했던 유저들의 규모는 그대로라고 보는 게 맞다. 과거 성공 패턴 그대로 다시 게임을 제작하게 되면 결국 같은 규모의 시장을 수많은 경쟁자가 나눠서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시장의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유저들이 늘어났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해야 할 사전 작업은 그들의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핵심을 정의 내리는 것이다.

매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를 1억 명이라고 해보자. 사실 요즘 게임 대부분은 글로벌을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므로 유저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아무튼 그중 0.1%에 해당하는 유저의 감성을 분석하고 그 판타지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상 유저가 10만 명이 된다. 보통 게임의 하루 유저당 수익을 500원에서 800원 사이로 생각했을 때, 해당 감성에 집중해서 게임을 만들면 하루에 5천만 원에서 8천만 원 사이의 매출이 기록될 것이다. 0.1%의 ‘니치’ 라고 할 수 있는 유저의 감성만 충족시켜도 100억 원 이상의 소위 성공한 게임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급부상하는 게임 회사의 작품은 대체로 그런 방향성을 따르는 게임이다. 많은 사람의 취향은 아니지만 확실한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수억 명의 게이머 중 0.1% 정도인 수십만 명 정도가 빠져들면 대박 게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갓게임이라 불린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중 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000명 중 한 명이 좋아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홍수이고, 마켓은 덩달아 부쩍 성장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은 대상 마켓의 유저를 만족시켜야 성공한다. 이건 게임이나 영화나 다른 콘텐츠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새롭게 성장하는 마켓과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속에서 기술과 공식 속에 빠져서는 답이 나올 수 없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 사람의 특별한 감성을 이해하는 것부터 문제를 푸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의 드문 특별함이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