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심의는 자율규제로 전환되어야”

“방송 심의는 자율규제로 전환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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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방송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사실상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검열금지의 원칙에 저촉될 수 있으므로 자율규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방송 심의, 그리고 검열의 덫’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는 독립적인 사무를 수행하도록 설치 운영하여 독립위원회 형식을 띄고 있으나 ▲대통령과 여당 추천 인사를 다수 포함해 위촉하는 방식이며 ▲사무처 조직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가가 지불하고 있고 ▲방송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심의규정을 제정․공표할 권리가 있다”며 이 같은 점을 미루어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방통심의위는 자신들이 ‘민간독립기구’이므로 자신들의 심의를 ‘검열’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미 임명권, 예산권 등에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그러한 주장을 거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사실상 국가기관의 행정권이 작용하는 심의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면 제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심의결과를 다시 평가제나 재허가에 반영함으로써 방송사의 재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방송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과 동일한 효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경신 교수는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일, 일본, 영국 BBC처럼 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볼 때 정부기관이나 행정기관이 아닌 비공적기구의 자율규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김동률 KDI 연구위원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닌 운영방식이 문제”라면서 “방통심의위라는 기구 자체를 가지고 문제시하는 것보다는 ‘운영’적인 측면을 따지는 것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통심의위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에도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너무 정치적인 부분에만 민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갑자기 개정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시급한 것은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 마련”이라며 현실적인 개선책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 심의의 비대칭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박건식 MBC PD는 “현재 징계되는 방송 내용은 대체적으로 정부 입장에 배치되는 것들이다. 정부 추진 정책을 옹호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며 방통심의는 정부의 장악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박 PD는 이어 “본질적으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장악의 욕구’를 지닌다. 때문에 방송심의 자체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방통심의위가 아닌 민간기구가 주최가 되어야 한다”며 윤성옥 연구위원과 박경신 교수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백 기자 bsunha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