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우 미디어스 편집장
케이블 SO와 지상파방송사의 재송신 논란 끝에 ‘보편적시청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5일 ‘보편적 시청권 보장제도 개선안’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듣기에 따라 ‘보편적 시청권’은 지상파방송 시청자를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출발점인 재송신 논란의 범위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케이블 SO 등 유료방송에서 수행하고 있는 지상파 재송신을 합법화하기 위한 논의틀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사업자 사이의 협상이면 충분할 문제에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났다.
‘보편적 시청권’ 논의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지상파 직접수신의 문제다. 방송법상 규정에 따르면 지상파 직접수신의 문제는 모든 것에 앞선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 동안의 유료방송정책, 더 나아가 방송정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케이블 SO였다. 케이블SO의 성장세는 눈부실 정도다. 케이블 SO가 확보하고 있는 가입 가구 수는 물론, 4대 MSO가 전체 권역 77개 중 65개까지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장은 철저한 권역내 독점을 기반으로 한다.
SO가 보편적 시청권 구현에 적합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가입 가구 수만 놓고 따져보면 SO의 보편적 시청권 구현,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SBS 독점 중계 논란이 불거졌던 2010 월드컵 중계 당시의 한 사례는 지상파방송사든 SO든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한 참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당시 전라남도 땅 끝 쪽의 한 지역에선 월드컵 중계를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월드컵 경기가 해당 지역민방의 방송망을 통해 전달되지 못한 게 일차적 원인이다. SO도 해당 지역에선 손을 놓고 있었다. 돈이 안 되는 곳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보편적 시청권이 지켜졌는지,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 판단해 볼 문제다.
정책당국이 SO에게 돈 안 되는 곳에 투자하라고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케이블방송 시장은 4대 MSO 체제로 굳어가고 있는 중이다. SO 권역 소유 제한이 1/5에서 1/3으로 풀리자 M&A가 성행하고 있다. M&A는 강남, 울산 등 대도시와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또한 케이블 아날로그 가입자 보다 디지털상품 가입자가 많은 곳이 선호대상이다.
케이블디지털 전환으로 가입자당 매출액을 늘리는 방향과 크림스키밍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시청권의 다른 이름인 재송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 케이블의 가입자당 매출액을 늘리는데 있어 핵심적 요소일 수 있다. 가입자 확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크림스키밍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돈이 안 되는 곳에서 가입자당 매출액을 올릴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당국이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SO 성장 기반은 철저한 권역 독점이다. 권역 내에선 경쟁사업자가 있을 수 없었다. 무료와 유료라는 명확한 구분선에 따라 지상파와 SO를 경쟁관계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보조적 관계로 설정하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재송신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보조적 관계는 적어도 아니었다. SO가 갑이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 과연 권역내 독점이 유효한가를 따져봐야 할 시기가 왔다. SO의 크림스키밍, 정책당국이 강제할 수 없다. 아니면 경쟁사업자를 통해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하는 지 고민할 시기다.
대안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을 것 같다. 결국의 책임은 지상파가 떠맡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상파의 의지가 있냐는 점이다. 지상파는 모든 해결책을 2012년 디지털 전환에 맞추려는 것 같다. 지상파 디지털전환이 국가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케이블 가입가구를 지상파직접 수신가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지상파 노력 정도는 순한 양쯤 될 것이다. 이점 지상파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모른 채 넘어가고 싶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