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방송 미디어

[칼럼] 자율주행차와 방송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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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서영우 KBS 팀장/공학박사] 아름다운 풍경의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출국장을 나서면 알록달록 늘어선 전기자동차 택시의 기다란 행렬이 눈에 띈다. 말쑥한 양복의 기사가 트렁크를 열고 생각보다 널찍한 공간에 여유 있게 캐리어를 싣는다. 대시보드에 자리 잡은 커다란 패드에 목적지 호텔을 입력하고 페달을 밟으면 차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달려나간다. 그저 우리가 하는 일은 조용한 차 안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는 것이다. 유럽의 도시에는 이처럼 전기차 보급이 이미 많이 진행됐고 곳곳에서 전기차를 위한 주차 및 충전구역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길을 가다 보면 파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이 자주 눈에 띈다.

이렇듯 자동차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에 의한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라도, 연료를 뿜고 피스톤을 돌리고 연소 가스를 배출하는 복잡한 엔진, 냉각 장치, 복잡한 구동 계통과 트랜스미션 장치 등 기계 기술의 총아라고 불리던 자동차가 배터리에 연결된 모터를 켜고 끄고 볼륨 조절하듯 속도를 조절하는 전기자동차로 변화하는 과정은 기계 장치에서 가전제품으로의 단순한 변화를 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이러한 전기자동차에 녹아들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탄생시켰고 비로소 스마트시티(Smart City)에 걸맞은 운송 수단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운전사도 없는 미끈하게 생긴 자동차가 사람들을 원하는 목적지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시켜주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앞으로 자동차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자동차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얻을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낳는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미디어는 어떻게 녹아들게 될까? 차가 알아서 운전을 해 준다면 그럼 사람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AB 쇼에서는 컨벤션 센터 주변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통해 방송 미디어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마치 모노레일을 연상하게 하는 2칸짜리 미니버스는 ATSC 3.0 지상파방송 비디오 서비스와 다양한 정보를 사이니지를 통해 서비스해 기존 트랙 기반의 운송 매체와는 다른 형태의 차량용 미디어 서비스를 보여줬다. 트램이나 지하철과 같은 도심 운송 수단과 유사해 보이지만, 정해진 길, 시간에 사람이나 다른 교통수단과의 격리를 통해 단순히 승객을 나르는 것이 아닌, 소수 이용객의 요구에 따라 임의의 목적지를 향해 기존의 자동차처럼 운행하는, 어찌 보면 택시와 비견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운송 수단이다.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듯 모든 감각이 자유로운 그리고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차 안에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스마트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될 것이다.

내가 자율주행차를 탔다고 가정해보자. 목적지를 이야기해주면 주변의 교통 상황을 통해 최적의 길과 예상 도착 시각을 안내하며, 내비게이션이 아예 차량의 전원을 켜고 운행하기 시작한다. 기존 택시에서는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하는 택시 드라이버의 수다나 청취자의 다양한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가 즐거움이었다면, 자율주행차에서는 현재 운행하는 경로 및 주변 지역의 교통 및 맛집, 주요소, 관광이나 즐길 거리 등 지도 기반의 다양한 정보가 내 관심 분야가 될 것이고, 유리와 결합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즉, 오디오 중심에서 비디오 및 실감 영상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로 급격히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및 정보의 주체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아마도 방송 미디어는 5G 등 광대역 통신 서비스와 함께 이러한 자율주행차를 위한 미디어 서비스의 주역이 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최근 UHD 방송 신호를 모바일 단말기에서 수신하는 실험이 많은 진척을 이루고 있다. 수신율도 크게 향상됐으며, SHVC라는 계층 부호화 기술을 활용해 전파 음영 지역에서도 끊김 없이 LTE 영상으로 전환되는 실험도 성공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는, 앞으로 차세대 방송 서비스의 핵심 기술인 세컨드 스크린(2nd screen)이 지상파 방송 서비스와 완벽히 동기가 맞춰지며 그 해상도는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에 설치된 UHD 튜너는 지상파 고해상도 영상뿐 아니라 그 영상이 확장된 그리고 그 차량에 최적화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융합해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방송망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교통 및 혼잡 지역 정보와 재난 안전 정보는 차량에 탑승한 승객에게 가장 중요한 데이터일 것이다.

DMB 교통 정보 서비스가 제공된 지 어언 10년. 수천만 대의 차량에 지상파 방송망을 통해 교통 및 지역 정보, 가장 빠른 길과 가장 저렴한 주유소 안내 서비스가 제공됐다. 이제 UHD 방송의 시대에는 보다 더 진일보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차세대 교통정보 서비스와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를 더욱 안정적으로 제공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방송 미디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방송 미디어의 또 다른 변신과 중요한 역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