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술관리부 송원호
15년만에 다시 찾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새로운 감회에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15년전의 네덜란드 스키폴은 이미지만 있을 뿐 이었다. 다만 전에는 서울/인천에서 네덜란드까지 직항 노선이었는데 지금은 스페인을 경유하여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장장 18시간의 비행시간, 3번의 기내식으로 바뀌어서 거의 24시간을 뜬눈으로 보내게 하는 힘든 노선으로 바뀐 것 같다.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찾은 암스테르담의 “새로운 추억 만들기”를 위해, 유럽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방송장비 영상 전시회인 IBC 2010을 향했다.
IBC 2010이 열리는 곳은 RAI complex. 암스테르담의 주요 행사인 듯 웬만한 트램, 버스 정류장에는 IBC 2010 행사와 교통이 안내되어 있다. 처음에 “RAI”는 이태리 국영방송 채널 “RAI”와 무슨 연관이 있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RAI라는 말은 애초 RI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RI는 "Bicycle Industry"라는 뜻으로 네덜란드말로는 Rijwiel-Industrie 라 한단다(네덜란드에 가면 정말 많은 자전거와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데, 이 런것들이 자전거 산업의 강자임을 자연스레 알게 해 준다). 여기에 산업화의 진전으로 Auto-mobiles가 추가되어 비로소 “RAI”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RAI complex는 40,000㎡ 연면적에 13개의 Hall, 정말 규모가 크다. 게다가 public house(선술집)과 카페, 커피바, 각종 음식점도 준비되어 있어 한 울타리 안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루에 1홀에서 13홀까지(꼭 골프장 같네요) 모두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또한 Creation Zone, Management Zone, Delivery Zone으로 크게 3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전시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소니 부스. 역시 방송의 모든 영역에 선두자리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그 수많은 인파에 놀랐는데(전화통화 하기가 어려웠다) 금융위기전의 수준이라 한다. 경기회복이 제대로 되면 그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역시 현 방송업계의 최대 화두인 3D에 맞추어 소니뿐만 아니라 다수의 3D 관련 업체는 다양한 3D 제품을 선보였다. 소니도 파나소닉과 같은 일체형의 3D 카메라와 2D->3D 컨버터를 소개했으며, Elements는 신제품의 직교리그를, 3ality는 프로그램이 보완된 리그를 선보였다. 유럽은 대체적으로 3D의 킬러 콘텐츠인 스포츠 분야에 이러한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NAB에서는 3D 전송 및 자막기, 편집장비가 제한되게 전시되었다면, 이번 IBC 2010에서는 대부분의 메이저업체(에버츠, 헤리스, 그라스벨리등)들은 3D 관련 자체 압축 및 송출장비들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U-KOREA에는 여러 한국 IT기업들이 진출하여 IBC전시장에서 한자리를 빛내고 있었는데 자랑스럽게도 “MBC 기술연구소의 X-server”가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3D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때 마다 얼굴을 마주친 ETRI 관계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아쉬운점은 아무래도 한국관이다 보니 조금은 썰렁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이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IT를 뽐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IBC 2010은 3D방송의 핫 트렌드, HD 방송의 고도화, 파일기반의 방송시스템을 주요 전시아이템으로 금융위기의 예년과는 달리, 유로화의 하락과 전반적인 경기회복 등으로 수많은 업체(약 1,300개)와 수많은 참가자(약 45,000명)로 북적거리고 떠들썩한 즐거운 쇼의 한마당이 되어 비로소 끝이 났다. 이러한 즐거운 쇼의 트렌드를 주시하고 적응해나가면서도 우리 한국 방송만이 가진 장점과 강점을 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통융합의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것이 포스트 HD를 향한 우리 방송 엔지니어의 몫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