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종편 기본계획안”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이하 보도채널) 방송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본 계획안’을 발표한 다음날 <조선일보>의 1면과 3면에는 최소자본금 책정에 대한 날선 비판 기사가 실렸다. 이는 종편 탈락 사업자들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 역시 여론 다양성, 콘텐츠 활성화 등 원래 취지보다는 탈락 사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편․보도채널 동시에 선정해야”
방통위는 이번 기본계획안에 종편과 보도채널을 동시에 선정하는 방안과 순차적으로 선정하는 복수의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순차 선정 방안에 대해서는 ‘종편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에 대한 배려’라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안병무홀에서 열린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기본계획안 분석 토론회’에서 “종편과 보도채널의 납입자본금 규모가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종편 선정 이후에 보도채널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종편 준비 사업자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안에서 종편과 보도채널의 최소 납입자본금을 각각 3000억 원과 400억 원으로 구분한 만큼 별개의 사업 군으로 보고 동시에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남표 MBC 연구위원도 “이것은 고등학교 야구팀이 중학교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공정한 경쟁이라 볼 수 있는가”라며 보도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보도채널을 희망하는 <국민일보>에서는 “종편 준비 사업자가 보도채널까지 신청해 순차 선정을 하면 당연히 재정능력 규모가 월등한 종편 탈락자가 보도채널을 받게 된다”며 기본계획안에 대해 반박했다.
“종편, 최소 납입자본금 3000억원 부적절”
조 소장은 이어 3000억 원으로 규정된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 역시 애초의 정책 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종편의 정책 목표는 크게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방송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네 가지다.
조 소장은 “종편의 경쟁자인 주요 지상파방송의 연간 콘텐츠 총제작비만 해도 4000억~5000억 원 수준이다. 순수 제작비만 3000억 원이 넘는다. 적어도 콘텐츠에 이 정도를 투자해야 한류도 만들 수 있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도 가능하다”며 “달랑 1년 영업비용에 해당하는 3000억 원을 최소 납입자본금으로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어 “납입자본금을 3000억 원으로 두는 한 종편은 애초 사업계획과는 달리 첫 해부터 콘텐츠에 대한 인색한 투자에 나설 게 뻔하다”며 “기본계획서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려면 자본금 규모가 적어도 1조원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론 독과점 해소와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의견도 제시됐다.
이남표 MBC 연구위원도 “단순히 지상파 방송의 여론 독과점 해소를 위해 종편이 필요하다고 하면 조중동 방송이 여론다양성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진정한 여론 다양성을 위해선 자본금이 막혀서 종편에 진출하지 못하는 마이너 신문들, 소규모 독립 제작사들로 이뤄진 단체를 진출시키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케이블 채널이 등장하면서도 내세운 것이 콘텐츠의 다양화였다. 그런데 여전히 시청자들은 콘텐츠에 갈증을 느낀다”며 “종편이 아니라 오히려 보도, 드라마, 오락 등의 특화 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