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송기술을 준비하자

새로운 방송기술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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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 / SBS 장진영

 

가을 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기업들의 하반기 채용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취업에 성공하고자 하는 구직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이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공공 / 민간 할 것 없이 취업시장의 숨통이 트이는 상황인 것 같아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채용 전형이 진행 중인 곳도 있고 곧 공개채용이 시작될 예정인 곳도 있지만,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인재들이 각 방송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리라는 점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특히, 재능있는 많은 공학도들에게 ‘방송기술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부여되기를 바란다.

 

방송사의 여러 가지 직군들 중 ‘방송기술직군’은 지금껏 주로 전자공학이나 통신공학 전공자들이 주로 지원해 왔다. 방송사에서 엔지니어는 우선적으로 비디오, 오디오 신호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하며, M/W통신이나 광통신과 같은 여러 통신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복잡하고 정교한 고가의 방송장비를 다루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자회로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필요하며, VHF / UHF 지상파 망을 사용하여 송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R/F에 대한 이해 또한 요구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방송기술직 공채시험의 경우 주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를 측정하는 문제들이 대부분 출제되어 왔으며, 앞서 언급한 전자 및 통신 공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응시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방송기술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으레 전자, 통신 공학의 일부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이러한 양상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다. 신입사원 입사시험에 전자, 통신공학 못지않게 컴퓨터, 네트워크 분야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면접 및 실습평가에서도 IT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방송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준비해야 할 분야가 늘어난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이미 방송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또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공부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요받고 있는 만큼 최근 방송사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입사한 사람이나 입사를 준비 중인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인 것 같다.

 

고전적인 방송기술의 영역에 정보통신 분야가 접목된‘새로운 방송기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방송통신융합이라는 기술적 트렌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작된 콘텐츠가 유일한 플랫폼인 전파망을 타고 각 가정의 수신기까지 이르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다양한 포맷으로 재가공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송이 이루어 진다. IPTV, 지상파 DMB, VOD서비스 등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재가공이 필수적이며 전송방식 또한 유/무선 인터넷망, DMB망 등으로 전파만을 사용하던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이는 기존의 방송기술의 영역이 확대됨을 뜻하는 것이며, 광대역 통합망(BcN) 구축, 초고속 LAN, IPv6기술과 같은 차세대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제작 및 송출의 ‘파일 기반 네트워크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각 방송사 별로 새롭게 구축되는 방송제작 및 송출 시스템을 보면 NPS(Network Producton System), PDS(Production Digital System), NBS(Network Broadcasting System) 등으로 각 사별로 이름은 다르지만 IT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Tapeless 제작 / 송출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새롭게 구축되는 이러한 시스템의 구성을 보면 기존 방송기술의 지식만을 가지고는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나 용어들이 즐비하다. SAN(Storage Area Network),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MDC(Metadata Controller),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등 네트워크 기반 방송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들조차도 기존 방송기술의 영역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SI(System Integration)을 전담하는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방송사의 엔지니어들보다는 훨씬 전문가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스템의 관리 책임을 외부 업체에 미룬 채, 새로운 시스템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자기 밥그릇을 남에게 주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방송기술’은 정체되어 성장이 멈춘 분야가 아니다.‘방송기술’은 다른 기술 분야와 경쟁하기도 하고 그것을 흡수하기도 하면서 성장을 해나가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다. 지금의 여러 위기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방송기술은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내려온 방송기술의 역사와 그간 방송기술의 발전에 기여해온 방송기술인들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가능성을 아우를 수 있는 방송기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우리 방송기술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