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어떻게 볼 것인가

[강희종 칼럼] 스마트TV,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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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 기자/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기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했던가. 구글이 지난 5월 구글TV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소위 ‘스마트TV’에 대한 IT, 미디어, 가전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스마트TV는 TV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탑재해 고객에게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기존 인터넷TV, 커넥티드TV(Connected TV)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TV가 도입되면 더이상 TV를 바보상자로 부르지 못할 것 같다.
국내 업체들이 스마트TV의 등장에 긴장하는 것은 ‘아이폰 쇼크’때문이다. 지난해말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또,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에코 시스템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직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아이폰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스마트TV 분야에서 구글과의 협력방안을 검토하는 등 스마트폰의 아픈 추억을 스마트TV에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는 것 같다.
스마트TV는 비단 두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KT, 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도 스마트TV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가입자 200만을 돌파한 IPTV 사업자들은 시장에 자리잡기도 전에 경쟁 매체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케이블방송 사업자와 경쟁하기에도 버거운데 새로운 매체, 그것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등장하다보니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규제 당국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월초 가전사, IPTV 사업자 케이블방송사업자 등과 함께 스마트TV에 대한 업계 및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스마트TV의 등장에 대한 업계의 준비 상황을 알아보고 혹시 규제 이슈가 있을지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KT경영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소들도 잇따라 스마트TV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스마트TV는 과연 우리가 이처럼 두려워할만한 존재일까? 먼저 스마트TV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구글이 발표한 구글TV는 자사의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인텔, 소니, 로지텍 등이 참여해 일체형TV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애플은 2007년 애플TV를 선보인바 있다. 애플TV는 별도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하고 콘텐츠가 부족해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애플은 2011년경 일체형TV(일명 iTV)를 출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글, 애플이 선보일 스마트TV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IPTV와는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IPTV가 전통적인 TV의 모습에 주문형비디오(VOD)와 양방향 서비스 등을 부수적으로 제공했다면 스마트TV는 좀더 PC의 모습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리모콘이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로 TV를 조작하게 된다. 또, 실시간방송과 VOD는 물론이고 현재 스마트폰과 같이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TV에서 다운로드해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구글이 TV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양사의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색엔진에서 출발했고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에서 얻고 있는 구글은 TV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웹에서 모바일, TV로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광고 채널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앱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유통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 애플은 PC와 모바일에 이어 자사의 독자적인 유통플랫폼(앱스토어, 아이튠스)을 TV로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애플, 구글의 TV 시장에 확장에 대해 스마트TV를 개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커넥티드TV를 출시한 데 이어 TV앱스토어를 하반기에 론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TV의 시장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과 달리 TV는 교체 주기가 길다는 점, 시청자들이 아직은 린백(Lean Back) 방식의 수동적 TV 시청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TV의 파급력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 애플에 익숙해진 고객이 1~2년 후 TV를 선택할 때에는 구글TV, iTV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졌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도 언젠가는 변한다. 스마트TV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LG전자는 단순히 껍데기만 만드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 또, 한미 FTA로 미국의 콘텐츠가 스마트TV를 통해 아무런 제약없이 들어온다면 국내 미디어 업계는 거대 미국 회사의 침공을 손놓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