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지상파방송은 디지털로 전면 전환된다. 전국에 걸쳐 있는 수많은 아날로그 송신기는 2010년 12월 31일 04시부터 전원을 끄고 현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더 이상 전파를 발사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송신기뿐만 아니라 송출장비도 함께 철거되어 폐기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아날로그 제작 장비는 그 이전에 순차적으로 교체되어 일부장비만 제작 현장에서 당분간 그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 또 각 가정에서는 수상기 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거 교체되고 있다. 보급형 수상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디지털 수상기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국민의 방송복지가 증대되는 이면에는 이러한 폐 방송장비와 수상기 처리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방통위의‘디지털방송활성화 추진위원회’에서도 폐 아날로그 TV의 효과적인 회수 및 재활용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5년( ‘04~‘08) 동안 폐 아날로그TV가 연평균 14%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 ‘1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폐 아날로그TV 중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국내에 재판매하거나 수출업체를 통해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재활용센터나 개인수집상을 통해 수집된 재활용이 가능한 TV를 동남아 등 후진국으로 수출한 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방송장비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방송장비는 지상파방송 뿐만 아니라 독립 프로덕션 등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고, 최대 수요처인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상파와 함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개 지상파방송사는 철거된 방송장비를 재활용하기보다는 수거업체를 통해서 일괄매각하게 되고, 수거업체는 재활용이 가능한 장비를 수리하여 프로덕션 및 개인들에게 매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모든 방송이 디지털화되면 이러한 방식도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된다.
디지털 전환에서 발생하는 활용이 가능한 방송장비 및 수상기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는 장비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디지털 전환이 늦은 후진국에 수출하거나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겪었듯이 기능이 다한 아날로그 장비를 디지털 전환 때문에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의 방송사를 찾아 유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 유
의해야 할 점은 자칫 상태가 불량한 장비를 지원함으로써 지원국으로서의 나쁜 이미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철거된 장비는 전문 기관이나 업체를 통해서 기증받거나 최소가격으로 구매해야 하고, 장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비작업을 통해 해외로 공급해야 한다.
2009년부터 방송장비 국산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핵심장비를 제외한 주변장비들이 개발되고 있어 조만간 방송제작 현장에도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이 좁은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할 경우엔 제작사의 수익성 한계 때문에 예전처럼 일회성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수된 아날로그 방송장비를 후진국에 공급하면서 방송장비 수요처 파악 및 관계 설정을 통해 국산방송장비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활용 가능한 아날로그 방송장비와 TV 수상기의 해외 지원, 이를 통한 국산방송장비의 수출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철거된 방송장비와 TV 수상기 수거를 위해 각 방송사와 방송장비 제작사, 가전업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관계기관의 정책적인 뒷받침과 최소한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