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기술연구소 오연희 연구원
“술자리는 1번 줄어들고 밥 먹을 기회는 1번 늘어난다”
여성기술인으로서 특별한 점이 있냐는 질문에 위와 같은 답을 한 KBS방송기술연구소의 오연희 연구원은 지난 1년간 특별한 경험을 했다. NHK기술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서 앞선 일본의 방송 환경과 문화를 경험한 것이다. 방송기술하면 프로그램 제작 장비 등의 전문적인 장비를 떠올리며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기 쉽지만 그 가운데 오연희 연구원은 여성 기술인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위치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방송 메타데이터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방송기술 분야에 기여하고 있는 오연희 연구원을 만나 일본에서의 경험과 기술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NHK방문연구원으로 파견된 계기
ABU에 소속된 방송사를 대상으로 NHK에 파견되어 연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선배 중 한명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다녀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실 KBS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송사를 대상으로 해서 가기 쉽지 않았으나 마침 기회가 왔고 운이 좋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NHK방문연구 중 수행한 업무
NHK에 처음 갔을 때 1년 간 연구할 내용을 정하는 논의를 했는데 기존에 연구하던 분야와 다른 텍스트 처리 분야에 대한 부분을 지원했다. 사실 1년 연구해서 뭘 할 수 있겠느냐 기존에 하던 분야 계속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왠지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NHK의 메인 뉴스인 NHK 뉴스7에 대해 아이템(꼭지) 단위로 메타데이터와 자막 정보가 있는 데이터가 주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해보라고 하셨다. 기본적으로 각 뉴스 아이템에서 주요 키워드나 태그 등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연구와, 뉴스 장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연구, 뉴스 이슈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연구개발을 수행하였다.
방문연구 경험이 주는 개인적인 의미
KBS에 계속 있었다면 기존에 하던 일들이 많아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시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NHK 방문연구는 나에게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직접 시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게 참 좋았다. KBS에 입사해서 방송파일 포맷인 MXF와 관련된 업무, 메타데이터 표준화, 식별체계 표준화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는데, 이러한 업무를 계속하는 가운데 NHK 방문연구는 또 다른 분야를 맛보게 해주고 나를 한 단계 ‘레벨 업’ 시켜준 기회였다.
일본 방송환경과 비교해서 느낀 것
NHK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현업에서의 방송기술전이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현재 현업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은 현업기술인들이 제일 잘 안다. 현업 기술인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개발하는 것들을 모아서 방송기술전을 열고 있었다. 그러한 개발활동은 회사 차원에서 장려하며 재정적으로도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현업인들의 시스템개선 아이디어와 개발 결과물들의 수준이 아주 높음을 느낄 수 있었다.
향후 연구 계획과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
현재 나의 관심은 방송 콘텐츠 추천검색이다. 이와 관련하여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는데 학계의 추세는 텍스트 정보와 동영상 정보를 융합해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텍스트 처리가 잘 이루어지면 비디오 처리로 옮겨가, 방송 콘텐츠 추천검색을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NHK에서 내가 속했던 그룹의 그룹장이 나이도 많고, 관리 업무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코딩까지도 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내가 그 그룹장의 나이가 됐을 때 저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즐겁게 연구 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