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자율규제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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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 인터넷은 ???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위 문장은 한국에서 헌법에 관한 최종적인 유권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가 2002년도에, 현행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정보 삭제명령제도의 전신(前身)인 정보통신부장관의 불온통신 삭제명령제도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의 특성과 헌법적 함의에 대해서 설시한 내용이다.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 중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나 이념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사상의 자유시장(free market of ideas)’이다. 원래 사상의 자유시장은 진리발견 혹은 다양성의 확보라는 이념과 맞물려 있는 레토릭이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 제한정부(limited government)를 전제로 하는 입헌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한 국가가 그것을 제한을 하거나 침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가 규제적 조치를 갖고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신문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든지 방송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설시하였다시피, 인터넷은 다른 매체와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개입 내지 규제의 정당화요건은 인쇄매체 혹은 방송매체의 경우보다 보다 엄격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이 국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해방구’는 아니다. 일정한 공익, 예컨대 음란물 유통의 차단, 청소년보호, 개인정보보호 등을 위해서 인터넷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정당화된다.
바로 이와 같은 인터넷의 고유한 특성과 매체영역에서의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과 문제의식에서부터 인터넷 자율규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도출된다. 즉 인터넷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사실 정부 내지 국가에 의한 직접적인 인터넷 콘텐츠 규제가 그 ‘정당성’ 및 ‘효율성’의 양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쉽게 말하면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에 대해서 정부나 국가가 방송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혹은 그것이 ‘검열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다. 반면에 인터넷에서도 여러 가지 역기능, 대표적으로 아동포르노그라피와 같은 음란물의 유통은 차단하고 여전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는 할 필요가 있지만, 기존의 국가 내지 정부에 의한 규제는 검열적 성격이 강하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므로,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도 규제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국가 내지 정부규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자율규제에 관한 이론적?실천적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나 영국, EU 등 선진 서구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실제로 호주 등의 일부 국가에서 제도화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서구의 이론적?실천적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적인 측면에서 조망을 시도하는 연구들이 존재하였다. 물론 실천적인 측면에서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서구에서 개발된 자율규제시스템 혹은 적어도 한국적 자율규제시스템을 한국 사회에 착근시키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국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는 ‘한국적 특수상황’으로 인하여 실천적?제도적 측면에서 발전이 더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들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와 비교해 볼 때 인터넷에서 주로 문제되는 정보 유형의 차이, 포털과 같은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의 책임론의 차이, 인터넷의 이념 및 본질에 대한 인식의 차이,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행태 및 패턴의 차이 등을 들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의 이념과 가치에 대한 몰이해, 정부영역의 역할에 대한 오해 등을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인터넷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영역과 시장영역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터넷 영역에서 자신의 고유하고도 적합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자율규제가 활성화되고 성공적으로 착근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전제조건들의 ‘법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법제도화는 정부영역의 몫이라 생각한다. 특히 현재의 한국 사회는 인터넷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영역의 긍정적인 인식전환과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영역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