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칼럼> IPTV에 부는 ‘개방’ 바람

<강희종 칼럼> IPTV에 부는 ‘개방’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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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9월 IPTV 사업자를 선정 결과 발표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사업자가 있었다. ‘오픈 IPTV’를 지향한다는 이 사업자는 이름도 오픈IPTV라고 지었다. 포털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셋톱박스 제조사인 셀런이 합작해서 만든 회사였다. KT, LG데이콤(현 통합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 위주의 IPTV 사업자 후보군 사이에서 오픈IPTV의 구상은 신선했다. 뒤에서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당시 통신사업자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중심으로 IPTV를 위해 네트워크를 깔고 콘텐츠를 끌어 모은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자본금 100억 원의 오픈IPTV는 통신사업자와 상호접속을 통해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완하고 콘텐츠는 개방을 통해 모은다는 구상이었다. IPTV 사업자마다 똑같은 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쩌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중복투자일 수 있으므로 오픈IPTV의 이같은 계획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물론, 당시 통신사업자들은 잠재적 경쟁사업자에게 협조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방을 통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충분히 수급할 수 있는지였다.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사올 수 없었던 오픈IPTV가 제안한 것은 콘텐츠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완전히 개방하고 대신 수익금 일부만 받는다는 수익 배분 모델이었다. 오픈IPTV는 당시 유명 커뮤니티와 콘텐츠 제휴를 체결했으며 몇몇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도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배분형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이른바 ’검증받은‘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및 지상파방송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오픈IPTV는 결국 재정적인 능력을 검증받지 못해 탈락했고 이 회사가 구상했던 비즈니스모델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KT와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는 잘 알듯이 폐쇄형(walled garden) 모델의 IPTV를 시작했다. 그리고 상용화한지 1년여간 약 180만명의 실시간방송가입자를 확보했다.
IPTV의 성공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하지만 초기 시장에는 안착했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자평이다.

 폐쇄형으로 시작했던 IPTV는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른 시도를 벌이고 있다. 탈락했던 오픈IPTV의 모델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개방 열풍에 힘입어서다. 아마도 스마트폰이 조금 더 일찍 국내 도입됐더라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오픈IPTV가 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KT를 위시로 IPTV 사업자들이 개방형 IPTV 서비스 전략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 규모나 범위는 KT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아이폰으로 대박을 터트린 KT가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KT는 지난 2월 23일 사업 설명회를 갖고 실시간 방송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 어플리케이션 3가지를 모두 개방한다고 밝혔다. 단, 기존의 사업 모델과 개방형 모델을 겸하는 방식이었다. 아직은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전환하는 데는 위험 요소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KT는 그동안 내부 심사를 거쳐 채널사용사업자(PP)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IPTV 콘텐츠 사업자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승인?등록?신고된 사업자라면 누구나 쿡TV에 송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KT는 채널을 구성하지 못한 개인이나 사업자라 하더라도 콘텐츠를 묶어 한개의 채널을 구성하는 블록 채널을 통해 송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KT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개인이 사업자 누구나 쿡TV 홈페이지에 콘텐츠를 등록해 VO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무료 여부도 콘텐츠 보유자가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KT는 유료 VOD의 경우 판매금액의 40~60%를 배분할 계획이다.

 KT는 스마트폰의 앱스토어 개념을 TV에 그대로 접목한 ‘TV 앱스토어’도 선보인다. 개발자는 KT에서 제공하는 개발환경에 따라 TV에서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올리고 사용자는 쿡TV 앱스토어에서 이를 구매해 TV에서 즐기게 된다. 이를 위해 KT는 3월중 개발 가이드를 공개한 후 4월과 7월에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제공하고 오는 12월중 TV앱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수익은 개발자와 KT가 7대 3의 비율로 나눈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개방 모델로 KT가 얻는 것도 있다. 바로 수급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TV 준비 단계에서 콘텐츠를 수급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꼈던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개방형 모델에 거는 기대가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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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TV 사업자의 오픈IPTV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에도 아직 이르다. 하지만 개방형 IPTV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할 요소가 있다. 사업자의 진정한 ‘오픈 정신’이다. 오픈IPTV의 문을 두드리는 이는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사업자나 소규모 사업자일 터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콘텐츠를 과감히 수용하고 많은 이용자들이 찾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할 것이다.

<강희종 디지털타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