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칼럼> 애플과 구글의 뒤만 쫓을 건가

<강희종 칼럼> 애플과 구글의 뒤만 쫓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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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송도균 상임위원 방에 들른 적이 있다. 그는 얼마 전에 휴대폰을 애플의 아이폰으로 바꾸었다면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그는 아이폰을 젊은 사람처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1월말께 한 케이블TV방송국(SO)의 마케팅 부문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도 최근 아이폰을 구매했다며 보여줬다.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KT의 이석채 회장이 MBC 엄기영 사장에게 아이폰을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엄 사장이 회의석상에서 아이폰을 언급하자 그 후 몇몇 임원들이 아이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길종섭 회장도 최근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는 수시로 사무실의 젊은 직원을 불러 ‘아이폰 과외’를 받곤 한다.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직원에게 나누어주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전 직원에게 아이폰을 선물했다. SBS콘텐츠허브도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나누어 주었다. 포스코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영업직 지원 1000명에게 지급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 이외에도 외부적으로 자사에 대한 ‘혁신’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주식 시장에선 ‘스마트폰’이 하나의 테마주를 형성했다. 다날, 이엘케이의 주가가 1년 만에 10배 뛰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NHN도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의 기대에 부응해 주가가 오르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 출시된 뒤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번 아이폰 열풍에 이동통신사들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경쟁사뿐 아니라 아이폰을 출시했던 KT조차도 예상을 뛰어넘은 판매량에 당혹스러운 눈치다. SK텔레콤은 부랴부랴 구글 안드로이드폰 출시 전략을 발표했다.
아이폰 열풍이 기존 IT 기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새로운 기기들은 출현할 때마다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들은 얼리어답터들이다. 통상 얼리어답터들은 20~30대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지금 아이폰 대중화의 일등 공신은 단연 40~50대 사회 지도층이다. 이점이 아이폰이 무서운 진짜 이유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아이폰을 구입하고 나서 상임위원들과 실국장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40~50대는 그동안 ‘첨단’ 휴대폰이 있어도 음성 통화만 사용하던 사람들이다. 쑥스러워서 문자 보내기도 잘 하지 않던 이들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사용하기 쉽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임원은 아이폰을 일컬어 “40~50대의 ‘토이’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에 박수만 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아이폰 하나로 IT강국의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졌다. 정부는 해마다 ‘소프트웨어(SW)를 살리자’, ‘콘텐츠가 왕이다’를 외쳤지만 구호에 그치기 일쑤였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는 철저하게 ‘갑을’ 관계였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수퍼갑’으로 굴림 했다. 우리나라는 그 대가를 이제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현상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하나의 산업은 단순하게 돈을 얼마 투자한다고 단 시일내에 성장하지 않는다. 특히,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닌텐도를 만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에 대한 용역 단가를 단순히 ‘노동 시간’만 갖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용역의 결과물은 온전히 대기업의 소유가 된다. 이 같은 사회 구조에서는 아무리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수조원을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애플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쉬운 이용자 환경(UI)을 갖추고 있는 것 이외에도 수많은 유용한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앱스토어에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창조적인 결과물에 대해 제대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

 KT가 올해 스마트폰 비중을 전체 단말 라인업에서 20% 이상으로 확대, 약 10여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자 KT는 그동안 주춤했던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올해 15종 총 200만대의 스마트폰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스마트폰 OS ‘바다‘를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과 정책들이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전히 애플과 구글의 뒤만 쫓게 될 것이다.

강희종 기자 /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