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제 사먹지 마세요.

커피, 이제 사먹지 마세요.

626

 언젠가 드립커피에 맛을 들여가고 있다는 글을 ‘이해인님의 어느 날의 커피’라는 제목으로 잠깐 쓴 적이 있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드립커피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조금의 돈과 시간을 들이면 밖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먹을 필요 없이 사무실에서 하루에 한두 번 정도씩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답니다. 시간도 5분 정도면 충분하고 가끔 동료들한테 인심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요. 그래서 아시는 분들에게는 민망한 글이겠지만, 저처럼 영 몰랐던 분들에게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드립커피라는 것이 별게 아니고, 커피 원두를 분쇄해서 뜨거운 물로 우려서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1. 일단, 커피 원두를 준비합니다.

인터넷상에서 잘 볶아진 커피원두를 100g*2에 7천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하루에 1~2잔 먹으면서 동료들한테도 인심써서 나눠먹어도 200g이면 2주정도 가더군요. 향이 아주 좋습니다.

2. 커피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줍니다.


제가 쓰는 그라인더입니다. 일본 포렉스사의 세라믹날 그라인더이고 4~5만원 정도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세라믹날을 사용하는 그라인더를 사기 위해 이걸 샀지만 동호회원분들은 2~3만원대의 칼리타 그라인더가 맛은 더 낫다고들 하더군요. 뭐 개인 취향인 것 같습니다. 처음 커피에 입문하실 때 그라인더가 없으시면 그냥 주문하실 때 ‘드립커피용으로 갈아서 배송해주세요’라고 하셔도 됩니다. 분쇄된 커피가 배송됩니다. 다만 아무래도 미리 갈아서 배송되기 때문에 관리를 잘 안하시면 향이 금방 날아가는 단점이 있긴 하겠지요. 하여간 이 그라인더로 사정없이(?) 갈아줍니다.

3. 갈은 원두커피를 드리퍼에 넣어줍니다.


사진에서 주전자같이 생긴 아래에 있는 물건을 보통 서버라고 부르고 위에 얹어져 있는 깔때기 같은 것을 드리퍼라고 부릅니다. 혼자만 드실 때는 서버는 필요 없고, 드리퍼만 있으면 됩니다. 플라스틱 재질(우리가 흔히 쓰는 전기주전자 재질과 동일하다고 하네요)의 드리퍼가 4~5천원, 도자기재질이 만원, 순동으로 된 게 7만원 정도입니다. 전 싼 플라스틱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저 드리퍼에 커피필터(100장에 2~3천원정도)를 깔고, 갈은 원두를 넣어줍니다.

4.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여줍니다.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이시면 됩니다. 보통 사무실에서 쓰는 냉온수기는 온도가 충분하지도 않고 물을 드리퍼에 받기도 어려워서, 이런 주전자 하나는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5. 드립주전자로 물을 옮겨줍니다.

제가 쓰는 드립주전자입니다. 키친아트에서 만원 대에 판매하네요. 끓인 물을 굳이 이런 주전자로 옮겨주는 이유는, 일단 100도의 방금 끓은 물로 커피를 드립하면 카페인이 좀 많이 나온다고 하네요. 물을 옮겨 주는 것만으로 약 10도가 내려가는데 그 10도 차이로 카페인이 2/3 이상 줄어든다고 합니다. 또한 주전자 주둥이 모양이 저렇게 생겨야 드립이 편하답니다.

6. 드리퍼에 물을 천천히 부어줍니다.

이렇게 물을 부어주면 아래로 커피가 내려집니다.

7. 이제 커피를 맛있게 즐겨보세요.^^

사실 얼핏보면 복잡한 것 같습니다만 숙련되면(?) 이 모든 과정을 5분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저 위에 과정이 꼭 모두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갈은 커피원두를 드리퍼에 넣어 머그컵위에 얹은 뒤 전기주전자로 물 끓여서 살짝 식힌 후 물 부어주기만 해도 됩니다.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드리퍼에 종이필터만 사셔도 바로 시도해 볼 수 있죠. 커피 원두 품종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도 느껴보고, 좋은 커피를 싸고 맛있게 즐기면서 좋은 향기도 퍼트리고, 동료들에게 인심도 쓰고, 어떠세요, 오늘 커피한잔 하시는 거? ^^

권태훈 KBS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