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BS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 기술관리팀 오윤길
추운 겨울이 어느덧 절정에 다다랐다.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고 찬바람도 아주 매섭다. 하지만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추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우리 국가대표팀 역시 눈이 펑펑오는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지 않았는가? 정식 축구선수는 아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바람도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축구동호회 선수들을 이길 수는 없다.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난 축구장을 찾아다닌다. 약속이 있거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프지만 않다면 변함없이 축구를 하러 가는 것 같다. 어릴 적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나는 누군가와 같이 운동장을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추운 겨울에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장갑, 귀마개 등 챙겨야할 축구용품이 많아지지만 이렇게 축구를 하러 다닌 지도 벌써 10년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에 관계없이 축구경기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내 등번호는 82번, 포지션은 윙(Wing)이다. 윙 중에서도 윙포워드(WF: Wing Forward)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스피드와 넓은 시야,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이다. 축구에서는 모든 포지션이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윙만큼 공격의 활로를 여는 중요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격수는 공격만(물론 수비도 하긴 한다), 수비수는 수비만을 전담하지만 윙은 항상 공격과 수비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좌측, 우측 어느 포지션도 소화 할 수 있도록 오른발, 왼발 모든 킥을 꾸준히 연습해왔고 내 등번호에 맞게 순간적으로 빨리 뛰더라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위해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날 보는 이미지는 누가 봐도 방송기술인이 아니라 축구선수다.
현재 난 TV주조정실에 송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교대근무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생활이 불규칙하게 변했다. 식사와 잠이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은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나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내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었다. 08년 8월, 세차장에 세차를 하러 갔다가 고여 있는 물을 밟고 미끄러졌는데 왼쪽 무릎을 조금 다쳤다. 처음에는 많이 아팠지만 금방 괜찮아졌고, 걷는데도 지장이 없어서 또 다시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는 도중에 살짝 통증을 느끼긴 했지만 별거 아닐 꺼라 생각하고 계속 축구를 했는데 결국 통증이 심해져 정형외과 진단까지 받게 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무릎골(슬개골)이 골절된 것이다.
한동안 축구를 멀리해야 했다. 운동장을 달리고 싶었지만 왼쪽 무릎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달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혼자 공을 들고 축구를 하러 갔다가 그나마 좋아졌던 무릎통증이 더 심해져서 돌아온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통증은 남아있었다.
거의 1년 만에 축구장으로 복귀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푹 쉬었다면 무릎 부상이 더욱 빨리 나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무릎 부상이 완전히 완쾌 되었고,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듯 1년 동안 축구를 그리워 해보니 축구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생겼고, 내가 가입한 축구동호회만 3팀이다. 또한 JIBS 축구동호회(블루버드)의 총무부 차장을 맡고 있고, 총무를 도와 축구장 및 상대팀 섭외를 하며 주말, 휴일마다 축구를 하러 다니고 있다. 내가 축구로 얻는 이 즐거움을 직장 선·후배들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축구는 재미있고 즐겁다. 답답한 내 속을 뻥 뚫어주고, 쉽게 아프지 않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준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는 약간의 부상이라도 생기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빨리 나아야 더 재미있는 축구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내가 얼마나 축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달릴 수 있는 그날까지 축구를 하고 싶다. 날 위해서, 그리고 내가 소속된 우리의 팀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