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IT방송환경에서의 방송기술인의 역할은?>
방송제작시스템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주요장비라면 다른 영상장비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VTR은 제작에서부터 방송의 최종단인 송출까지 없어서는 안 될 핵심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1956년 미국의 암펙스(AMPEX)사에서 2인치 테이프를 사용하여 영상을 녹화, 재생할 수 있는 VTR 개발을 시작으로 최근의 HD 베타캠 시리즈까지 거의 50년이 넘는 기간동안 방송제작시스템을 지배하여 왔다. 아직도 많은 방송사에서 사용되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적으로 사용되어질 것이다. 보통 방송사에 입사하게 되면 제일 먼저 기본적으로 배우는 장비가 VTR이며, 방송엔지니어로써 VTR의 기록방식이나 테이프 포맷방식 등 VTR의 매카니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졌었다.
과거의 방송시스템은 각기 개별적인 방식의 시스템이었다. 현재도 대부분 마찬가지지만 촬영, 제작, 편집, 송출부분이 각각 분리되어 테이프라는 매개체를 통해 단계적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IT 기술의 발전으로 VTR이 대용량의 비디오 저장장치로 대체되고 고화질의 영상압축기법이나 대용량의 영상제작물을 전송하기 위한 광 채널 등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의 등장으로 개별적인 시스템에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통합 시스템으로 방송제작시스템이 변모를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기존의 방송 제작시스템 환경과 변화해가는 IT 기반 제작시스템 환경과의 혼용속에서 방송기술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기인 것 같다.
과거와 같이 단순히 하나의 하드웨어만을 가지고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IT 기술이 방송기술에 접목이 되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기존의 보유하던 분야는 없어지고 새로운 분야가 많이 창출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제작시스템은 각자가 맡은 한 분야에 대해서만 최선을 다하면 되었다. 하나의 획일화된 기준안에서 내가 맡은 영역만 철저히 해결을 하면 별 차질 없이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진행되고 있는 방송 제작시스템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하여가고, 대내외적인 방송환경은 다양한 수요자들의 욕구에 맞춰 다양한 포맷의 플랫폼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과연 방송엔지니어로서의 어떤 부분을 좀더 포커스를 맞춰서 준비를 해 나가야될지를 궁리해야 한다.
단순히 방송기술의 고유영역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개방적인 자세로 다른 분야의 기술도 방송기술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에는 VTR을 구매하는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에 VTR을 대체할 비디오서버나 NLE 시스템은 계속적으로 수량이 늘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것이며, 거기에 따른 기획, 유지, 관리는 엔지니어들의 몫이다. 누구나 다 IT 시스템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IT 방송환경 변화에는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는 미래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윤현철 EBS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