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lu의 변신은 무죄?
YouTube의 독주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올드미디어라 할 수 있는 기존 방송사들이 2007년부터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콘텐츠 서비스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사이트는 미디어 재벌 머독회장이 대주주인 News Corp.과 NBC의 합작으로 탄생한 Hulu이다.
2008년 3월 12일, 광고 기반의 합법적 무료 동영상 사이트로서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YouTube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Hulu가 합법적인 드라마와 영화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보하여 경쟁력을 높여나감에 따라, YouTube도 결국 UCC에만 의존하던 전략을 바꾸어 합법적인 전문 콘텐츠에 적극 눈돌리기 시작했으며 대학강좌부터 지상파방송에 이르기까지 전문콘텐츠 서비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들이 전문콘텐츠 서비스로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콘텐츠 소유자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었다.
다만 전문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보급된다 하더라도 각 콘텐츠 사업자의 홀드백 정책과 부분적인 충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론칭 이후 일정기간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지만, Hulu의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점유율 3위로 올라서면서 그런 우려를 잠재워 버렸다.
조사기관인 comScore가 2009년 3월 기준으로, 미국 내 YouTube 조회건 수는 59억 건으로 1위, Fox Interative Media가 4억3,700만 건으로 2위, Hulu는 3억8천만 건으로 3위였고 2.6%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으며, 전월 대비 건수로 14.3%, 순이용자수도 19.7%가 증가하는 등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Hulu가 이렇게 미국 10대 사이트 중 가장 짧은 기간에 3위로 진입하면서 기존 방송사의 서비스 영역 확대 및 콘텐츠 분배 전략의 한 모델로서 주목받게 되었다. 또한 Hulu와 서비스모델이 유사한 Joost가 Hulu와의 경쟁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으면서 전문콘텐츠 확보와 수익분배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특히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Hulu의 적극적인 수익분배 전략이 주효했다. 즉, 전문콘텐츠가 UCC보다 광고 효과가 높다는데 착안하여, 유통비용 10%를 제외하고 광고수익의 70%를 콘텐츠 소유자에게 제공하면서 Hulu는 20%만 가져감으로써 사업자들의 호감을 샀다. 결국 잠재적 광고 미디어로 기대를 모았던 UCC로부터 전문콘텐츠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게 된 것이다.
한편 Hulu는 미국 내에 국한되었던 서비스는 해외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저작권 문제가 있고 각국의 사정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 Hulu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데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자신들의 의도대로 해외까지 공략할 수 있다면 2위 도약은 물론, 수익모델 측면에서 YouTube와의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Hulu의 이런 도약은 케이블TV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들도 인터넷을 통해 가입자들이 케이블TV 콘텐츠를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고객을 빼앗기게 되고, 그 여파가 궁극적으로 가입 취소까지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이른바 ‘Cord cutting’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올 3월 한 달 간 약 1억5천만 명의 미국 이용자가 140억 건의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했으며, 35세 미만 미국인의 40%가 매달 한번은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통계가 그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민의 결과, 케이블TV 중 일찍부터 ‘Fancast’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해오던 Comcast가 필두가 되어 이른바 ‘TV Everywhere’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TV Everywhere’는 Hulu와 무료서비스라는 점은 같지만, 케이블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TV의 이런 정책에 대해 ‘신문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즉, 신문기사를 인터넷에 무료로 제공하는 바람에 오프라인 독자를 포기한 셈이 되었다는 비판이다. 최근 머독이 Google과 벌이고 신문기사 유료화 갈등은 바로 그런데서 출발된 것이다.
한편, Hulu의 경쟁력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도 대두되었다.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이론의 권위자인 Chris Anderson이 Wall Street Journal을 통해 ‘무료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를 말하면서 ‘통신사업자는 YouTube 보다 Hulu를 모델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와 달리 시장조사업체인 Strategy Analytics는 ‘무료서비스가 성공가능성은 높지만, 수익성은 유료서비스가 우위’라면서 유료서비스가 수익성이 더 높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Anderson의 주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되었고, Hulu는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료모델의 가능성을 조금씩 내놓기 시작했다. 먼저 Hulu에 지분을 갖고있는 Disney의 CEO가 Fortune지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가입자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라면서 Hulu의 요금부과 가능성을 시사했고, 드디어 올 10월, 뉴욕타임즈가 ‘Adieu free Hulu’라는 제목으로 머독그룹의 Hulu 유료화선언을 기사화했다. 대주주인 News Corp.이 가입자 기반의 유료화로 전환할 시기임을 표명하면서 내년부터 유료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Hulu를 본받았던 ‘TV Everywhere’도 약속이나 한 듯이 유료화모델을 고려하겠다며 무료 온라인 TV에 대항하기 위한 수익방안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그들은 가입자의 30%가 10달러 이상의 이용료 지불 의향을 보인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Hulu의 유료화 움직임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발이 무료서비스였기 때문에 과연 어느 수준까지 그런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가입자를 유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며, 수익모델이 잘 설정될 경우 YouTube의 수익모델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떤 서비스든 수익모델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변화를 탓할 수 없다. 특히 인프라든 콘텐츠든 직접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수익모델 설정에 있어 취약한 입장에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또한 시청자의 경험(UX ; User eXperience)으로 인해 고화질과 고기능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더 수익성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이 뉴스 도둑질 한다’며 Google과 일전을 불사하고 있는 머독회장이 과연 무료 YouTube에 대응하여 유료 Hulu를 잘 살려나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