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그대로 통과시킬 것이냐 보완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독일식 지배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국회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주관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재구조화:독일과 한국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비교’ 토론회가 11월 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독일의 방송평의뢰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방송평의회는 공영방송의 자치를 위한 집단의사결정체로, 각 이익집단의 다양한 요구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내적 다원주의를 실천하는 형태이며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치기구이기 때문에 숙의민주주의를 공영방송 지배구조 내부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과 운영에서 보장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영섭 교수는 “우리는 7:4냐 7:6이냐 맨날 숫자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고 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책임을 어떻게 묻느냐이다. 평의회 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이사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내적 다원주의를 실천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라며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공영방송의 운영 방식을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에 토론회는 뜨거운 논의가 오갔다. 먼저,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방송평의회는 연방제라는 독일의 정치 제도와 300년,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숙한 시민사회단체, 다수결을 의심하는 조합주의적 다원주의 등을 기반에 둔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는 이런 제도를 해본 역사가 없다. 체감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실행하겠는가”라며 적용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에 김동원 전국언론조동조합 정책실장은 “그렇게 말하자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반박했다. 김 정책실장은 “해외 모델을 두고 우리 상황에 맞느냐 아니냐는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상황에서 무엇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이러한 상반된 의견에 모두 동의하면서 “독일식 구조가 가지는 충분한 장점이 있다. 바로 독립성이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방송평의회를 적용하고자 할 때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부터 많은 논의점이 있지만 독립성이라는 지향점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 교수는 “현재 법안에 한계가 있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수정해 가야 한다”며 “현재 이사진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서도 토너먼트형 의사 결정 구조 등 일정한 조건, 일정한 기간 안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눈앞의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자리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계의 추천이 모두 실패했다고 본다”라며 공영방송 이사진의 구성에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추 의원은 “그런 법안을 준비 중인데 쉽지 않다. 법안 발의를 하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공감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