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대법원은 지상파방송 예약녹화 서비스에 대해 불법 판결을 내렸다. 2007년 1월부터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을 서버에 동영상 파일로 저장한 후 유료 쿠폰 등을 이용해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온 엔탈에 대해 "방송사업자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며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6월에 불거졌던 위디스크, 파일팜 등 21개 웹하드 업체등과의 방송 콘텐츠 저작권 분쟁은 지상파방송사와의 가격산정을 거쳐 합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방송 저작물의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일단락됐었다.
이번에 불법 판결을 받은 업체(엔탈)는 "사용자의 사적 복제를 도와준 것뿐"이라 변명을 하며 사적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개인들에게 불법행위 공간을 제공하고 조장한 행위로서 개인들보다 더욱 나쁜 행위를 저지른 것을 주정하는 한심한 인식을 보여주었다. 이번 판결과정에서 대법원이 심리를 열어 판단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본 사건을 심리하지 않겠다는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가 이용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자도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서 향후 유사한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례를 남겼다.
콘텐츠 저작권은 국제적으로도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모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들의 높아지고 있고, 정부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의지도 단호하다. 과거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저작권 침해도 이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행위가 되고 있다. 방송 콘텐츠는 단지 방송사에게만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 연기자, 음악가 등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작권자인 만큼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분쟁 시 복잡한 양상의 띄어가고 있다.
그 동안 방송 콘텐츠의 불법적인 다운로드로 인해 방송사가 입은 피해는 연간 2천 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픈된 인터넷 공간에서의 불법적인 다운로드는 이번 기회에 다소 해소할 수 있지만 개인간 공유를 통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나름대로 콘텐츠의 정상적인 유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법적인 유통으로 인해 유료 판매 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들이 이용하고 있는 다운로드와 후진국의 영세 방송국에서 국내 콘텐츠를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방송하고 있는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후진국에서는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치마저 전무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국내의 방송매체와 채널수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다. 서비스 가능 채널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급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신규 매체 사업자들이 시청자들의 방송복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콘텐츠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저작권 보호라는 틀 안에서 합법적인 계약을 통해 콘텐츠를 수급해야한다. 아직까지 시청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상파방송사로서는 자체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되는 것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정당한 대가없는 콘텐츠 확산에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매체 다양화에 따른 광고 분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의 수익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반면 경쟁매체는 지상파방송사의 콘텐츠를 이용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상파방송사에게 적절한 대가를 아직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엔 지상파방송사 뿐만 아니라 경쟁매체와 시청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수익감소로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을 통한 불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는 반드시 근절되어야하고, 매체간 콘텐츠 재사용을 위한 콘텐츠 거래에서 적정대가를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