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등 지상파 비대칭 규제 폐지해야”

“중간광고 등 지상파 비대칭 규제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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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더 이상 독점적 위치 아니야”
“비대칭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 자칫하면 ‘제2의 대만’될 수 있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에만 적용되는 비대칭 규제를 일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또다시 제기됐다.

8월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새 정부,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위한 방송 재원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매체균형발전론을 기반으로 도입된 비대칭 규제의 주요 전제였던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적 지배는 다 사라졌고, 지상파 방송사가 시장의 수요-공급 체계를 왜곡하기 위한 부당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며 부당 행위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중간광고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며 방송 광고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송 광고 매출은 3조2,20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2,511억 원 감소했다. 2011년 이후 5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상파 광고 매출 비중은 2012년 60.9%에서 2016년 50.4%로 10.5%p 줄어들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 매출은 같은 기간 35.4%에서 41.9%로 6.5% 증가했다. 지상파와 종편을 비롯한 PP의 광고 매출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매체별 매출액 격차의 급감은 매체균형발전론에 근거해 정책적으로 방송 광고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비대칭 규제 방식이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 관계자도 홍 교수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독과점으로 인한 왜곡된 거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방식이 비대칭 규제인데 지상파는 이제 더 이상 독과점 사업자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요즘에는 광고주들이 지상파보다 종편이나 CJ 등 일부 케이블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중간광고 없이 도입된 광고총량제는 전혀 효과가 없었고,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완화한 유료방송 광고 제도로 오히려 비대칭 규제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최근 등장한 PCM이라는 유사 중간광고도 언급했다. Premium Commercial Message(PCM)는 최근 지상파에서 선보인 CM 중 하나로 긴 프로그램을 두 토막으로 잘라 중간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 홍 교수는 “광고총량제 실효성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중간광고가 도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PCM이라는 유사 중간광고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규제 완화된 가상광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의적 심의 논란으로 인해 신 유형 광고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지난해 외주제작에게 부여된 간접광고와 협찬은 지상파와의 갈등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며 “방송 광고 정책이 아직도 방송 규제를 통한 시청자 보호라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초래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광고 규제는 시장의 수요-공급 체계를 왜곡해 콘텐츠 환경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나왔다. 홍 교수는 “광고와 관련된 모든 비대칭 규제를 없애지 않는다면 대만처럼 자체 콘텐츠를 생산‧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며 “최악에는 무수히 많은 채널을 해외에서 수입해 채워 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