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상 컬럼>다시 도는 레코드판, 자신들이 수렴한 의견도 묵살

<조준상 컬럼>다시 도는 레코드판, 자신들이 수렴한 의견도 묵살

1117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지난 6월25일 두 개의 보고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봉숭아 학당’이라는 민주당 쪽 추천위원들의 자조 섞인 평가가 보여주듯이, 미디어위원회는 ‘악화가 양화를 내몰고’ 그나마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하향 평준화’의 자리였다.

그럼에도 두 개의 보고서 중 전문가와 국민 일반의 의견을 모아가는 사회적 논의기구로서의 위상에 어느 쪽이 충실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민주당․창조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전문가와 국민 일반의 의견 수렴에 충실해서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의 보고서는 자신들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밝힌 의견까지 깡그리 무시하는 ‘비례’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들 위원이 미디어위원회 활동기간 내내 ‘자신들이 곧 여론’이라는 식의 오만함으로 일관했음에 비춰보면 이런 행태는 무리도 아니다. 자신들이 추천한 공술인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같지 않을 때 그것은 무시돼야 하며, 민주당이나 창조한국당 쪽 위원들이 추천한 공술인들의 의견과 마구 뒤섞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나마 미디어위원회가 공식 진행한 유일한 의견 수렴이었던 전문가와 지역 의견은 이렇게 시궁창에 처박혔다.

‘자신들의 의견이 곧 여론’이라는 오만 앞에서, 이들 전문가의 의견을 요약한다. 그 어떤 언론도 한나라당이 방송법․신문법을 개정하는 이유와 효과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이 스스로 선정한 공술인들의 상당수가 부정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기에 최소한의 기록을 남길 필요성 때문이다. 7월 단독 임시국회에서 언론관련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기 위해, 또 다시 한나라당이 재벌과 거대신문의 방송뉴스채널 소유가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 그룹’, ‘여론다양성 확대’ 등의 효과를 낸다는 거짓말을 담은 고장난 레코드판을 다시 시끄럽게 틀어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소수의 신문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처럼) 여론 독점 가능성이 높은 지배적 미디어기업에는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지속적인 여론시장 분석을 통해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신문과 방송의 소유규제를 마련하는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하주용 인하대 교수, 2009년 5월1일 소유진입규게 완화 공청회 발표문)

‘여론의 다양성에 기여하는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얘기해야 한다. 그동안의 논의는 사업자의 진출 여부 또는 산업의 효과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 이용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그런 여론조사도 함께 필요하다.'(주정민 전북대 교수, 2009년 5월6일 부산지역 공청회 발표문)

‘기존의 지상파방송에 신문과 뉴스통신사의 진입은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비해 다양성을 저해하는 수준이 크다. 특히 지역방송시장에서 신문과 뉴스통신의 방송 소유는 지역에서 뉴스에 접할 수 있는 방송뉴스 채널이나 신문의 숫자 등을 고려할 때 관점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저해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통하 경제적 혜택보다 크기 때문에 현행처럼 신문의 방송뉴스채널 소유 금지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노기영 한림대 교수, 2009년 5월13일 춘천지역 공청회 발표문)

‘지금 한나라당에서 제출하는 장밋빛 IPTV도 마찬가지이고,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것처럼 언론관련법이 개정되면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저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고 다만 이론적으로 찬성한다면 요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있는 것이고 다만 현재의 여건으로 봐서 경제도 이렇게 침체인데 그렇게 숫자가 많이 나올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회의적입니다.'(정윤식 강원대 교수, 2009년 5월13일 춘천지역 공청회 발언)

‘지상파방송 3사의 경우,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 참여를 통해 일부 신규 자본 유입의 가능성이 존재하마, 그보다는 대기업에 의한 여론 왜곡의 위험, 여론 독과점의 문제가 더 클 가능성 존재.'(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5월13일 춘천지역 공청회 발표문)

이밖에도 모욕죄임의처벌제(사이버모욕죄),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의한 게시물 사전감시 의무화 등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쪽 위원들이 선정한 전문가들 중 여러 명이 공청회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한국에 있는 언론학자 600명 가운데 300명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71%가 대기업의 보도전문채널 소유에 대해, 67%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에 대해, 61%가 종합편성채널 소유에 대해 반대했다. 신문의 경우(각 54%, 64.7%, 61%)도 비슷한 의견 분포였다. 이것이 한국에 사는 언론학자들의 여론이었다. 이들 언론학자는 다시 돌아가는 한나라당의 고장 난 레코드판을 보며 과연 뭐라고 할까? 콩글리시 섞어 ‘플레이 플레이’ 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