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종합채널 도입 그 주장과 배경

방통위의 종합채널 도입 그 주장과 배경

795

 

 

“올해 12월까지 신규 종편PP를 도입,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마치겠다”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 회의 보고, 2009년 5월 8일

 

“매체 간, 산업 간 장벽을 허물고 새 자본을 미디어산업에 유치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미디어 개척 기업이 나오도록 하겠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미국 방송통신업계를 순방 중, 2009년 5월 11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에서 신문법,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100일이라는 한시적인 논의기구를 여야의 합의로 만들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위 논의결과를 기다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방통위의 업무보고와 최시중 의원장의 발언만을 보면, 미디어법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종합편성채널이 도입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의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 글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이 무엇인지, 도입 배경과 목적의 허실을 살펴볼 것이다.

 

종편채널, 지상파 방송사보다 큰 전국 방송사업자

 

종합편성채널은 “보도·교양·오락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방송법2조18.)”하는 채널사업자다. 이 채널사업자는 이때까지 98년 방송법이 제정되고나서, 2000년 방송법 제정 이후 한 번도 승인된 적이 없다.

 

이 종합편성채널의 특징은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 방송과 거의 동일한 대우와 규제를 받는 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상 의무편성 대상이기 때문에 전국의 케이블사업자가 반드시 송신해야 한다. 또한 소유규제도 특수관계자의 지분소유 한도가 30%로 지상파 방송과 같다. 편성규제도 외주제작방송프로그램 편성 의무를 가지는 등 지상파 방송과 유사하다.

 

현행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은 사실상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한다. 지상파 방송이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눠서 방송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방송권역은 규모면에서 지상파 방송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시청자 도달률 등은 지상파 3사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지상파가 자체 송출네트워크(망)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밖에 없다. 오히려 망을 소유하지 않아도, 케이블방송망을 통해 강제적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망을 따로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초기 진입과 사업여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 도입의 논리, “세계적 미디어 그룹”, “지상파 방송 편향성 경계”

 

종합편성채널 도입 논리에 있어서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의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정부는 “세계적 미디어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도 주장하지만, ‘KBS, MBC 등의 좌파 방송에 대한 경계’에 방점을 찍는다.

 

정부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주장은 미디어위 공청회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방송시장이 한정된 우리나라 상황에 새로운 매체가 진출해 글로벌미디어그룹으로 육성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환경인 일본의 경우에서도 잘 나타난다. 소니는 일본시장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한 것이 아니라, 미국 미디어그룹을 인수합병하면서, 그 몸집을 불려나갔다. 세계 5대 글로벌 미디어그룹(뉴스코퍼레이션, 디즈니, 비아콤, 타임워너, 베텔스만) 가운데, 비영어권에서 출발한 그룹은 베텔스만(독일)이 유일하다. 베텔스만은 서적과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매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그룹과 다르다. 또 베텔스만의 주요 수입원인 세계적 서적출판그룹 랜덤하우스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용경 의원이 말했듯이 “20억이 넘는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권과 고작해야 6000만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 차제가 무리다.

 

다른 한편으로 여당과 보수시민단체가 주장하는 ‘KBS, MBC 등의 좌파 방송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종합편성채널 논리가 있다. 이때의 종합편성 채널은 대기업과 신문재벌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채널이다. 이 채널을 보수적 논리로만 무장시키겠다는 것이다. KBS,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은 ‘땡전 뉴스’를 탈피하는 90년대 들어오면서 내적·외적 감시 체계를 만들어왔다. 때문에 방송 보도, 특정 방송의 시각이 문제가 된다면 감시시스템에 의해 충분한 견제와 대응이 가능하다. 국민의 한정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무료 보편적’ 방송 이라는 점이 견제와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적 토대가 된다. 반면 대기업과 신문재벌에 의해 나타날 ‘정파적’ 종편채널은 감시와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점에서 심각한 폐해가 예상된다.

 

어쨌든 종합편성 채널에는 대기업과 신문재벌 밖에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타의 기업은 초기 자본을 감당할 수 없거나, 방송사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 등을 갖고 있지 않다. 방통위의 막무가네식 종편채널 도입 주장은 노태우 정권 때, 건설회사 태영을 간택해 SBS을 안기고, 노태우의 사위인 최태원 회장의 SK를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했듯이 없는 떡고물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방송이 정권에 충성하고 있는 대기업과 신문재벌에게 줄 떡고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