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기술연구소 송주호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방송기술 분야 최대의 행사인 KOBA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필자의 KOBA 참석은 이제 네 번째 밖에 되지는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서서히 정리 분위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던 마지막 날 오후에 오히려 인파가 최고조였다는 비범한 사실은 내년 이맘때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려고 준비했던 도우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과 철수한 장비를 싣기 위해 미리 도착한 트럭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모습들이 KOBA 2009의 식을 줄 모르는 열기가 만든 또 하나의 진풍경이었다.
올 해의 KOBA가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EBS 부스에서 하루 종일 전시 설명을 했던 필자로서는 EBS의 참여를 특별히 꼽고 싶다. EBS는 ‘EBS English’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각종 영어 교육 관련 콘텐츠 전시 및 방송 시연을 중심으로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교육 방송’이라는 회사 이름에 부응하면서도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앞으로도 그 열기가 식을 리는 없겠지만) 높아지고 있는 시류에 적절히 발맞춘 주제였으며, 특히 영어교육으로 소비되는 사교육비 절감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서 교재와 함께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 가능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웹서비스와 IPTV를 통해 제공되는 EBS 교육 프로그램의 시청, 그리고 ‘깨미’라고 하는 교사를 위한 교육 지원 시스템 등 EBS만의 개성적이면서도 참신한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방송 관계자뿐만 아니라 교육 관계자와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기획하려고 하는 다양한 기관의 수많은 사람들이 EBS의 부스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큰 관심을 가지고 직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으로 전시된 것은 MMS(Multi Mode Service)였다. MMS는 데이터 방송처럼 지원하는 수신기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고 방송 즉시 모든 지상파 DTV 시청자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익의 확장 차원에서 매우 뜻이 깊다. EBS가 전시한 MMS는 기존의 프로그램 1HD와 영어 교육 전문 프로그램 1SD로 구성한 방식으로, 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높고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 가장 적합한 방송 서비스 형태로 제시되었으며, 또한 이를 통해 MMS에 대한 방송계의 변함없는 관심과 능동적인 준비를 재확인시켰다.
방송기술인이라면 MMS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특히 이번에 전시된 MMS 시연은 지난 2006년 월드컵 기간에 있었던 시험 방송 이후 무려 3년간 지속해온 MMS에 대한 논의의 내실 있는 결실이자 매우 실현 가능한 실천적인 방안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와 화질 등의 서비스 질의 문제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 및 수급 문제도 모두 해결되어 있는 EBS는 그야말로 ‘일발 장전’ 상태. 지금은 산통을 겪는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초조와 기대 가득한 심정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MMS를 잘 알고 있는 기술인들과 MMS에 대해 보다 자세한 지식을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을 비롯해, 기념품을 받기 위해 호기심에 들러본 사람이나 데이터 방송 전시를 위해 틀어두었던 EBS Space 공감의 윤도현의 뜨거운 공연에 이끌려 들어온 학생들, 주변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올 정도로 굉음을 냈던 ‘한반도의 공룡’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MMS를 통해 지상파로 또 하나의 유익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에 더하여 추가될 SD 방송이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듣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 집에서도 MMS를 시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그들의 한결같은 끝인사는 전 국민을 대표할 만한 인원은 아니더라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MMS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직 방통위에서 어떠한 결정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가의 최신형 LED TV를 주저 없이 구입하는 사람부터 아날로그 브라운관 TV를 바꾸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까지 모든 국민이 지상파 DTV를 통해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게끔 하는 MMS가 각 가정에서 보게 될 꿈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이번 KOBA 전시를 통해 공급자인 방송사와 수요자인 모든 국민들의 MMS에 대한 열망이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 믿음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산통의 결과 건장한 희망과 우량한 미래를 품은 MMS 본방송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