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공자님 때문이라고?

[칼럼] 뭐, 공자님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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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호요성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학교 수업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대피하려는 학생들과 이를 말리는 학교 측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학생들이 어떻게 감히 학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어찌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 공자님의 가르침을 많이 받아서 아직도 생활 곳곳에 공자의 유교 사상이 배어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아는 중국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중국인들도 공자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공자 사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오래전부터 유교는 동양 통치 이념의 근간이 돼 동양 사상을 지배해 왔다. 비록 중국 왕조가 수차례 바뀌었지만, 이 철학은 그대로 답습됐다. 그런데 1965년에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공자가 죽어야 중국이 산다’는 홍의병의 구호 속에 공자 사상이 철저히 파괴됐다. 근래에 들어 중국 정부는 공자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공자가 중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개혁 개방 이전에 공산당으로부터 철저하게 비판받았던 공자의 유교 사상이 이제는 중국의 새로운 국정 이념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가 보다.

학교에서 수업을 해 보면 많은 학생이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듣기는 하지만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화식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내가 먼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을 곧잘 하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질문을 유도해 내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수업을 같이 듣는 동료 학생들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질문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닐까?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 강의만 듣고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괜히 질문을 해서 자신의 낮은 실력이 탄로 날까 봐 걱정돼 점잖게 체면만 차리고 앉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질문해 교수님의 관심과 총애를 받으면 다른 학생들로부터 왕따가 돼 따돌림을 받을까 봐 걱정이 돼서 그냥 참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해서 교수님이 답변하지 못해 창피를 당할까 봐 걱정돼서 교수님의 입장을 고려해 차라리 질문을 삼가는 것일까?

약 30년 전 내가 미국에 건너가 유학 생활을 시작할 무렵, 처음 들어간 전공과목 수업에서 나는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 그 당시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뒤쪽에 앉아 있던 한 미국 학생이 질문하는 내용이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것이라서, 그 학생의 수준을 의심하면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 그 학생을 힐끗 쳐다보았다. 금발의 더벅머리에 홀쭉하게 생긴 그 학생은 꽤 날카롭게 보이던데, 왜 저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대학원 강의에 들어왔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런데 강의하시던 교수님은 그 학생에게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기는커녕,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크게 놀랐다. 자기가 모르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과감히 덤벼 자기가 필요한 내용을 배우는 미국 학생의 모습이 참 대단하고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변하면 우리도 이에 맞춰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예전의 미속양속을 유지하되 새 시대의 조류도 파악해 상반되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성숙하고 밝은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너무 체면을 중시해 겉치레에만 신경 쓰지 말고, 항상 실속을 차리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기존의 상하 관계에 기반을 둔 권위주의에 빠져 침묵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헤아려 보아야 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묻고, 남들이 아직 답하지 못한 것을 찾아가면서, 창의적인 사고 능력도 키워 나가야 한다.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사람이 되려면 우선 주변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꾸준히 호기심을 북돋우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