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IEEE Fellow가 나오길 바라며

[칼럼] 더 많은 IEEE Fellow가 나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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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호요성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나라가 어수선해 다른 해보다 더 힘들게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해가 바뀌면 대개 조직의 간부들이 일부 변경되지만, 1년 임기의 학회 회장은 거의 다 바뀌어 학회별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됩니다. 물론, 기존의 활동을 이어서 이를 발전시키려는 사람도 있지만, 예전 행사를 줄이고 자기의 색깔을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심을 버리고 조직의 발전을 꾀한다면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 역할을 무사히 마치고, 올해부터 IEEE Fellow로 승급돼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미 알고 계시듯이, 국제전기전자학회(IEEE)는 160개국에서 4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컴퓨터와 통신, 항공우주 시스템, 의용공학, 전기전력 및 가전을 포함한 넓은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기전자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학회입니다. IEEE 회원의 최고 등급으로 값진 영예와 중요한 업적 성취를 전문기술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IEEE Fellow(석학회원)는 IEEE의 관심 영역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회원에게 수여하는 자격으로, 투표권을 가진 전체 회원 수의 0.1%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IEEE 이사회에서 결정합니다. 저도 지난 35년간 영상 압축과 3차원 영상 처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말 IEEE 이사회로부터 IEEE Fellow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IEEE Fellow에 대한 반응이 국내외에서 현저하게 다르고, 국내에서도 나이에 따라 사뭇 다른 반응을 받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등의 지인들은 IEEE Fellow 승급을 열렬히 환영하며 그간의 공헌을 치하해 주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IEEE Fellow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너무 바쁜 생활 탓인지, IEEE 행사에 참여해 들이는 시간에 비해 현실적으로 돌아오는 경제적인 혜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IEEE Fellow의 권위나 가치를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았지만, 몇몇 젊은 교수들은 IEEE Fellow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다만 하나의 롤모델이 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IEEE Fellow가 나오는 것을 도와주고 싶을 뿐입니다.

최근 국제 학술 행사에 가보면 중국과 일본의 참석자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우리나라 참가자는 가뭄에 콩 나듯이 상당히 제한돼 있음을 자주 봅니다. 특히, 중국의 참가자 수는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한국의 자취는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한국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 더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은 관심과 봉사 정신이 약한 게 아닌가 사려 합니다.

IEEE와 같은 국제 학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그 학회에 가입해 매년 회비를 내고, 학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논문을 발표하고, 참가자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새로운 기술도 배우고, 논문 심사나 좌장과 같은 무료 봉사 역할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학회의 전문가 그룹에도 참가해 임원들의 얼굴도 익히고, 본인의 존재와 전문성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자기 논문만 잠깐 발표하고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수증기처럼 사라지는 사람을 누가 기억해 인정할 수 있을까요? 요즘처럼 소통이 쉽고 편리한 시대에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해 자기가 발표한 논문이 많이 인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자신의 업적과 중요성을 다른 사람이 올바르게 이해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세상에는 저절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목표를 높이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즐기면서 인생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많은 경우에 적절한 선택과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되고 싶겠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신중하게 고민해 잘 선정하고 이를 열심히 추구해 나간다면 기실 안 될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높이 매달려 있는 포도가 시다고 미리부터 포기하는 여우처럼 진정한 일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 이를 너무 폄하해 무시하지 말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워가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여러분도 진정한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내년, 그리고 그 후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줄줄이 탄생하고, 우리 국민의 숙원인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길 학수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