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자영업, 정부의지 있으면 살린다
영세자영업인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지원해야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1.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지난 1월 21일 정부는 가맹점 망을 갖춘 7개 카드사가 전국 1,550개의 재래시장 소재 가맹점의 수수료를 2.0~2.2퍼센트로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하루 결제금액 13만 원 수준의 아주 영세한 가맹점’에 한해서만 수수료를 낮추며 생색을 내던 카드사들의 기존 태도로 볼 때 놀랄만한 일이다. 내막을 따져보면 지하벙커에서 경제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백화점보다 재래시장 수수료가 더 높은데 이를 개선해 더 낮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고 서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라.”
시장만능을 얘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경하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도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인들의 ‘이렇게 가다간 죽는다’는 아우성을 계속 모르쇠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어찌됐던 나 몰라라 하던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하를 한 것을 보면 적자 경영을 하라는 말이냐며 엄살을 떨만큼 불가능한 조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1/4분기 현재 신용카드사들은 2005년 2/4분기 이후 연속 흑자를 시현하였으며 자산건전성 역시 개선되는 추세에 있었다. 또한 5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6,358억 원, 영업이익은 6,98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익은 2003년 카드 남발로 인한 부실을 메워오면서 낸 이익규모다. 생각해보면 카드사들이 정부와의 합작품으로 만들어낸 2003년 카드 사태가 없었다면 엄청난 이익실현을 계속 해 왔을 것이다.
카드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덕에 정부는 1월 31일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형 가맹점보다 낮추기 위한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던 카드 수수료 문제는 이렇듯 대통령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왕 마련하는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된 것이길 바라면서, 첫째 카드 수수료문제는 시장논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시장 실패의 사례로 보고 구조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과, 둘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에게 엄청난 구제 금융을 쏟아 붓는 것과 형평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자영업인들에 대한 지원책을 비상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 영세자영업인,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은 시급하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들에게 권고하는 방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과감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카드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형가맹점 수준인 1.5퍼센트로 인하해야 한다. 인하비용은 카드사의 이익률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방법과 정부가 직접적인 재정투입으로 수수료를 대납하는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소득감소효과가 약 4,000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약 1조 원 내외의 재원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지원은 열심히 일하는 자영업인들에게 직접적인 소득지원의 효과와 함께, 내수 부진의 상황에서 소비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은행에 저이율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영세가맹점의 신용거래에 소요되는 자금에 한정해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추가로 검토해볼 수 있다. 정책자금을 제공받고자 하는 카드사는 영세가맹점과의 신용거래 비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런 카드사들은 자금조달비용의 절감으로 영세가맹점 확보에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된다. 물론 카드사들로서는 과다한 이익추구 방법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담합하여 저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카드 수수료 산정의 투명성을 높여 합리적인 가격산정에 기여할 것이며, 앞에서 언급한 장기적 대안으로의 이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위기를 감안한 직접적인 수수료 지원과 간접적인 금융지원이 영세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상당한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라’는 말이 빈말이 되지 않길 바라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