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업계와 학계,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로 폐간 위기에 놓였던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0월 27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중 취재 및 편집 인력 5인을 상시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한 조항과 상시 고용 증명 서류(취재 및 편집 인력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확인서)를 제출해야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19일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강화한 신문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취재 및 편집 인력 3인을 상시 고용하고 그 명부만 제출하면 등록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취재 및 편집 인력 5인을 상시 고용하고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또 이미 등록한 사업자에게는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2016년 11월 18일까지 개정된 등록 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를 구비해 다시 등록토록 했다.
문체부는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너무 쉬운 인터넷 신문 등록제로 인해 매년 1,000개씩 늘어나던 인터넷 신문 급증 문제가 이번 개정으로 해소되면 경쟁 심화로 나타났던 선정성 및 유사언론 문제 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업계와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근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 언론사들은 “문체부가 말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의 선정성, 어뷰징 문제와 유사 언론 문제는 5인 이하의 소규모 언론이 아닌 대부분 중대형 언론이 주도하고 있다”며 “대안 언론이나 1인 미디어 등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은 대부분 포털에 검색도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정적 보도나 어뷰징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의 ‘2015 유사 언론 행위 피해 실태 조사’에서도 5인 이하 소규모 언론의 피해 사례는 거의 없었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매체 유형별 언론 중재 조정 신청 건수도 이를 뒷받침한다. 언론중재위 통계에 따르면 44.3%에 달하는 8,436건이 인터넷 신문을 상대로 조정 신청을 했는데 이중 독립형 인터넷 신문은 전체의 11.8%인 2,245건에 불과하고 기존 신문사나 방송사의 소위 종속형 인터넷 신문이 32.5%인 6,191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는 “어뷰징 문제를 발생시켜온 주범들은 소규모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닷컴’들”이라며 “결국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숨은 의도는 약 6,00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 언론 정리를 통해 언론 통제를 좀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개정안 시행을 강행했고 결국 인터넷 신문 운영 개인사업자와 임원, 기자, 독자 등 63명은 신문법 시행령 조항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6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문체부는 “신문법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 제4조 제2항 제3호 다목, 라목 및 부칙 제2조에 대해 위헌 결정이 선고됨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언론계 일각의 광고 강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언론계를 포함한 국민 여론을 경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헌재의 위헌 판결을 반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월 27일 ‘신문법 시행령 ‘개악’ 제동 건 헌재 결정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오로지 ‘통제’에 목적을 두었다는 것을 헌재가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누가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기획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이번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헌재의 위헌 선고는 다시 한 번 그 어떤 정권도, 정치 세력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수 없음을 확인한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악을 강행했던 청와대 책임자와 문체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