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영방송법의 실체

[조준상 칼럼] 한나라당 공영방송법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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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영방송법’의 실체

‘관제 국영방송’ KBS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갈수록 가관이다. ‘관제 국영사장에 대한 업무방해‘와 ’회사 이미지 실추‘라는 혐의를 적용해 ‘공영방송‘ KBS라는 브랜드를 지키려던 구성원 3명을 해고한 것을 포함해 온갖 보복이 자행됐다. 일단 KBS 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현 정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어리석음을 향해 줄달음질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측은 노조의 반발에 못이기는 척 징계를 철회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을 발의하는 것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노조로부터 받아내는 게 그것이다.
대다수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법을 좋은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수신료 올려주는 게 공영방송법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MBC는 배제하고 유일하게 KBS에게만 공영방송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공영방송법의 핵심은 KBS 해체와 관제 국영방송화에 있기 때문이다.
MBC의 사영화에는 제도 정비를 포함한 사전 정지작업은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3일 발표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방송 미디어를 소유할 수 없는 대기업 기준을 아예 없애버린 게 여기에 해당된다. 사전 정지작업에는 ‘공영방송법’을 통해 MBC를 공영방송에서 제외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공영방송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수신료’로 규정하는 것을 통해서다. 하지만 보수적인 언론학자들까지도 “수신료 재원 등의 사용 등과 같은 ‘역사적으로 결정된 주변적 근거’”로 공영방송을 규정하는 것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MBC 사영화를 위해선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결정이 필요하다. 법정 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이사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 임기는 올해 7월 만료되기 때문에, 현 정권의 방문진 장악 기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KBS의 경우 사정은 MBC와 전혀 다르다. 수신료를 특권화시키는 공영방송법이 발의되는 즉시 KBS는 해체된다. 현 정권은 언제부터인가 KBS2의 사영화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 대신에 KBS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현재 2500원인 수신료 수준을 4천원으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KBS 재원의 80%까지 수신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가 계획일 뿐이다. 공영방송의 재원의 80%를 수신료로 충당한다는 내용을 과연 공영방송법에 규정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수신료의 비중을 공영방송법에 명시하는 것은 법체계에 비춰 봐도 맞지 않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선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법을 통해 수신료에 부여되는 특권적인 지위는 KBS 1, 2라디오의 사영화를 초래한다. 왜? KBS 1, 2라디오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의 사영화 으뜸 대상은 라디오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 정권이 KBS2의 사영화를 철회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거대신문들한테 진 ??정치적 부채??를 갚으려면, 이들 신문에 줄 수 있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 적어도 3개는 돼야 한다.
문제는 중앙일보(와 그 배후인 삼성그룹)는, MBC의 사영화 과정에서도 보수 정치세력들 내부의 이해관계상 여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수세력들의 차기 권력투쟁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앙일보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이나 KBS2의 사영화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KBS2는 KBS에 할당된 아날로그 주파수의 환수, 송신공사 설립 등을 추진할 때 언제든지 KBS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KBS 구성원들이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MBC에게는 최후의 싸움이 남아있다. 현 정권의 방송문화진흥회 장악에 대한 저항이 그것이다. MBC에겐 공영방송법 제정 이후에도 최후의 싸움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제 국영방송화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KBS에겐 남아있는 최후의 싸움이 공영방송법 이외에 없다. 이게 마지막이다. 솔직히 말해 KBS가 싸우든 말든 내 관심사항은 아니다. 싸우면 좋은 일이고, 안 싸워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KBS 해체에 거부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 거대한 관제 국영방송보다는 해체되는 관제 국영방송의 폐해가 더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