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미디어 정책>
오바마, 언론사 소유집중 여론다양성 훼손 지적
1월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기대치는 역대 전직 대통령들보다 훨씬 높다.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의미와 함께 사상 유래 없는 경제난으로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미국 경제위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미국 언론에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그래도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CNN 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2%가 오바마의 정권인수 과정과 각료인선 과정이 잘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역대 클린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한 평가에 비교해 봤을때 약 20~30% 정도 높은 수치다. 이 결과는 미국민들이 오바마가 선거기간중 자신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으로 사용했던 변화를 통한 미국 사회의 개혁을 갈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규제와 관리를 통한 왜곡된 미국식 시장 경제 구조의 개혁과 인종차별의 철폐, 그리고 우월적이고 일방적인 외교정책을 버리고 상호주의적 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 등 오바마가 추진할 개혁과 변화에 대해 미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미국의 언론학자들과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도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언론과 관련된 정책 변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미국 상원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보여준 의정활동 내용이나 발언 내용으로 봤을 때 오바마는 미국 언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언론 대기업들의 언론 독과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지난 2007년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정을 풀어 미국내 20개 대도시에서 신문 방송 겸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국 주요 20개 도시에서 한 언론사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한 지역에서는 신문사와 방송사 한 개씩만을 소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FCC의 결정에 대해 미국의 언론 학자들과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여론이 언론재벌에 의해 장악될 우려가 있다며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고, 2008년 5월 15일 미국 상원은 구두 투표를 통해 신문 방송의 겸영 금지를 완화하기로 했던 FCC의 결정을 무효화하는 불승인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FCC의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불승인 결의안 채택에 오바마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오바마는 미국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시장 장악을 통한 미디어 소유 집중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현재 미국의 언론 시장이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되어 독과점화됐다고 비판하고, 이로 인해 여론의 독과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6년 이후, 신문방송 겸영규제와 언론사 소유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중?소 도시에 있는 지역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신문사들을 사들이면서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온 결과, 미국 언론시장은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여섯개의 미디어 재벌 그룹들에 의해 장악되고 말았다. 그 결과, 언론산업의 생산품인 정보는 소수의 미디어 그룹에 의해 독점화되는 부작용을 낳았고, 그동안 지역중심의 소식과 의견을 주요 이슈로 다루던 지역 언론사들이 거대 미디어 그룹에 팔리면서 모든 계열사들이 미디어 그룹에서 제작한 동일한 프로그램들을 방송하면서 지역방송의 특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소수 거대 언론 기업들에 의한 미국 언론 시장의 독과점화에 대해 오바마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차례에 걸쳐 미 연방 통신 위원회 위원장에게 공개 항의 서한을 보냈다. 2006년 7월20일과 2007년 10월 25일 FCC 위원장인 케빈 마틴(Kevin Martin)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오바마는 소수 거대 언론기업들에 의한 언론사의 소유 집중이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의 공영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민족 방송들을 말살하는 거대 언론사들의 언론사 소유 집중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현재 흑인들과 히스패닉 등 미국 내 소수 민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미국의 거대 언론 그룹들이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고 여겨 외면하고 있는 소수 민족들과 관련된 이슈들을 사회적인 이슈로 쟁점화시키는 등 미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러한 소수민족 방송을 말살하는 거대 언론사들의 언론사 소유 집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FCC가 각종 언론 관련 규제를 풀어주어 대기업 언론사들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도와줌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 방송사의 활성화 등 언론의 공영성을 저해해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함께, 오바마는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된 미국 언론 시장의 구조 속에서 소수민족 언론사들과 여성이 운영하는 언론사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오바마는 FCC가 각종 언론 규제를 철폐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언론학자, 시청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거대 미디어 그룹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여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마틴 FC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바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기 위한 규제를 철폐하는 과정에서 FCC가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거대 언론사들의 의견만을 청취해 기존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언론사들은 공익성을 담은 콘텐츠의 생산과 개발, 그리고 지역 뉴스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오바마의 언론관에 비추어 봤을 때, 앞으로 미국의 언론정책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언론사의 소유 집중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소수 민족 언론사 등 소규모 언론사들과 지역 언론사들의 활성화를 통한 여론의 다양성 확보와 방송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도입이 추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