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급한 것은 방송구조 개편이 아니다

[사설] 지금 시급한 것은 방송구조 개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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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새로운 정부가 시작하는 해이다. 4월에는 국회의원들도 새로 뽑는 총선 일정도 놓여있다. 새롭게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국회의원들도 새로운 인물들로 바뀌는 해인만큼 방송정책에 대한 발전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방송을 어찌어찌 하겠다는 방송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보다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심심찮게 나돌던 MBC 민영화와 KBS구조개편에 대한 의견이 이제는 이당선자 측과 한나라당 미디어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정책처럼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기도가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을 지키기 위한 방송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갖은 고초를 겪으며 막아냈다. 1987년 민주화 운동과 함께 방송장악 기도를 막아냈고, 1999년 방송법 개악도 저지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려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방송 현안 중에 꼭 필요한 것은 구조개편이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을 살려내는 길이다. 방통융합에 따라 유료 상업매체들이 증가하면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약화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약화된 방송 공적 기능을 살려내는 것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다. 이러한 시급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방송활성화특별법”, KBS재원의 공영선 확보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안” 및 방통융합 환경에 맞는 “방송통신위원회”설치 법안 등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대선 국면과 당리당략적인 이해관계에 떠밀려 처리되지 못하고 금년으로 넘어온 상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법안은 지상파의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이다.

디지털방송이 시작된 지 8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률은 3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국민의 알권리 제공과 방송복지의 바로 메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방송사들은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정책적 지원은 물론 예산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디지털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나라 중에서 가장 꼴찌의 성적표이다. IT강국이라 강조하는 위인들의 허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시장경제원리이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이 주는 산업 생산유발효과는 향후 7년 간 115조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7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연인원 7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원리에 따라 당연히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대한 정책이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시급한 과제가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새 정부가 추진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방송구조 개편이 아니라 국민들이 디지털 방송 서비스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과거 군사 정권처럼 방송을 죄락펴락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냉혹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