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남 KBS 정책기획센터 기획팀
1997년 7월 재정경제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정부 5개 부처가 공동으로‘디지털 지상파방송 조기방송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동시방송 실시기간은 본방
송 개시 후 5년까지 의무화하고, 아날로그 TV방송의 전면 금지시기는 디지털방송보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후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뒤이어 통합 방송법에 의해 출범한 방송위원회는 2000년 12월‘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하여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다루었다. 전환 계획을 고려하여 방송사내 자체 계획에 따라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2000년 11월 본방송을 개시하였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설, 장비교체, HD 프로그램 제작 등의 세부사항을 거의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TV 전송방식에 대한 논의로 디지털방송의 전국 확대까지는 일정 시간의 연장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작시설의 디지털화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송위원회가 발표한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에는 ‘디지털 지상파방송 조기방송종합계획’에 들어 있던 ‘동시방송 실시기간’과 ‘아날로그 TV방송의 전면 금지시기’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시방송 실시기간은 디지털TV를 이용한 새로운 재원마련이라는 전략적 접근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성공여부는 전환을 위한 재원마련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의‘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에도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관세감면을 제외하면 그 어떤 지원책도 미미한 현실이다. 디지털 방송이 막대한 투자재원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익창출은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현재의 구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있다. 방송사들의 미래 설계에 가장 중요한 ‘아날로그 TV방송의 전면 금지시기’도 다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용어도 ‘금지’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방송사에게 무조건 강요해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 즉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디지털지상파 방송을 실시한 영국에서도 아날로그 방송 중단 시기를 정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청자들의 디지털 수신기 구입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95% 수준의 디지털 수신기 확산이 예정대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 영국 정부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한 과거의 ‘종합계획’과 이별을 하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부실과 빈약한 내용으로 채워진 계획들을 현실상황에서 다시 점검하고 풀어야 할 문제들을 풀어야하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