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주파수의 위기 시대
박성규/SBS 기술팀 부장
방송통신 융합시대라는 명분하에 지상파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심하게 훼손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기관의 후원으로 펼쳐지고 있는 여러 세미나에서 지상파방송용 주파수의 일부 반납과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위한 외국사례 발표와 주파수 경매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이 공공연하게 쏟아지고 있다.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무료보편적 서비스의 지상파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리는 전무하고, 방송용 주파수의 현재 국내 사용실태와 차세대 방송용 주파수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조차 실종된 상태에서, 오로지 주파수 활용의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재분배 논리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매체의 확산과 등장으로 지상파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 심하게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용 주파수 마저 회수 당하고 통신사업자에게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여있다. 디지털방송기술의 발달로 인해 경매된 주파수는 결국은 멀티미디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방송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나가게 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CH55번이 경매로 세계적인 통신기기그릅 퀄컴에게 할당되었고, 그 주파수는 미디어플로(Media FLO)라는 이동수신형 다채널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나타나 기존 지상파방송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700~800MHz대역은 UHF대역 상위 대역으로 CH52~CH68까지의 주파수대역을 말한다. 그러나 이 대역의 마지막 채널인 CH68 (794~800MHz)은 SBS의 남산DTV 주파수로 방송용주파수 대역을 잘 말해주고 있다. MBC와 KBS 역시 남산DTV 주파수로 CH61, 62, 63(764~770MHz) 등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SBS의 경우 아날로그TV 남산주파수도 황금대역인 상위VHF대역(CH 7~13)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위VHF대역인 CH6을 할당 받고있어 사실 지상파TV방송대역의 최하위 주파수와 최상위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양쪽 끝 대역을 사용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양질의 전파를 전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토록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주파수 조차 제대로 된 주파수를 할당 받기 어렵고, 아직도 난시청 해소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DTV TVR 주파수 확보와 차세대 방송용 주파수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건만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방송용주파수 회수와 재분배에만 욕심을 내고 있다.
정부는 방송용주파수의 회수와 재분배를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오래 전부터 방송의 주파수 활용의 고효율화와 고도화에 대한 기술적으로 앞선 지도와 정책을 펼쳐왔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정부는 지상파방송 기술인들 요구하던 첨단의 단일주파수망(SFN)기술 도입과 MMS를 통한 DTV의 다양한 부가정보 서비스 노력을 막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산업적 논리에 의해 ATSC 미국방식이 받아들여졌지만 다채널주파수망(MFN)방식으로 인해 주파수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난시청 해소에도 많은 주파수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지상파방송은 통신과 달라서 시청자의 시청시간과 시청회수에 따라 과금하지 않으며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물론 광고와 시청료에 의지하고 있지만 이미 방송발전기금과 사회환원기금으로 수익의 상당액을 환원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아울러 DTV전환에 따른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도 난시청 해소는 더 많은 투자와 주파수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과 수익성에만 기준을 둔 주파수 회수와 재분배 정책으로 인해 공익성과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송대역이 훼손된다면 결국은 시청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2012년 디지털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폭적인 DTV전환 지원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고,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무상의 DTV컨버터 지급이나 DTV전환 홍보가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 스스로의 디지털전환이 가장 시급하다. 시청자 스스로의 디지털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MMS기술처럼 아날로그TV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차별화 기술이 도움이 줄 것이다. MMS는 별도의 채널 개념이 아니라 날씨, 교통정보, 공연정보, 증권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영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부가서비스라는 차원에서 하루빨리 받아들여져 할 기술로 수용되어야 한다.
결국 무선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고, 지상파방송은 무선주파수를 이용하여 무료로 전달되는 저비용 구조의 문화와 정보의 전달매체이므로, 방송용주파수는 미래를 위하여 함부로 훼손되지 말아야 하며 계속 보호되어야 된다.